뒤늦게 깨닫는 아빠 마음
엄마가 해준 음식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특별하게 맛있었던 게 없었던 거 같은데 왜 식당을 차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빠는 그 종교를 안 믿겠다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듯
했다. 아직도 그 식당 이름이 정확히 기억난다. “그린 식당”
식당을 닫고 밤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아빠가 엄마를 마중 나가곤 했다. 아마 내 기억 속에 엄마 아빠가 가장 오래 화목했던 시기였다.
폭풍 전야. 이 네 글자만큼 그 시기를 표현하기 좋은
단어는 없을 것이다.
그 당시를 겪어내고 있을 땐 몰랐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수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는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강도를 만난 일이다.
엄마의 귀가가 늦어지자 걱정이 됐던 아빠는 평소처럼 집을 나섰고, 아빠와 같이 돌아온 엄마의 얼굴에는 멍이 들어있었다. 놀란 아빠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다.
엄마는 그저 지갑을 도둑이 훔쳐갔고 그 과정에서 다친 거라 이야기했다. 아빠는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길 원했지만, 엄마가 만류하여 신고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 사건은 서서히 잊혀 갔다. 이게 폭풍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엄마가 영영 가출해 버린 그날은 비가 억수로 많이 오는 날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폭우가 쏟아지던 그날. 나는 아빠와 둘이 집에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시간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해가지고 어둑해질 무렵이었는데, 누가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아빠가 현관으로 다가가 누구세요라고 물었고, 웬 남자가 문을 열어달라고 얘기했다.
아빠는 고민하다 이중걸쇠를 걸고 문을 조금 열어 문 앞에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문 틈새로 보이는 성인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는 채로 서있었다. 아빠도 놀랬고 나도 너무 무서워 아빠 뒤로 얼른 숨었다.
아빠가 침착하게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그 남자는 할 이야기가 있다며 엄마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었다. 꼭 들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문을 열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아빠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 내가 당신을 뭘 믿고 문을 열어줘? ”라고 강경하게 나가는 사이 그 남자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남자가 내 이름을 부르며, 말했다.
”ㅇㅇ아 삼촌 기억하지? 문 좀 열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