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딸래미 빵티셸 Jun 17. 2024

#18 아빠는 평생 안 아플 줄 알았어.. (1)

뒤늦게 깨닫는 아빠마음


친정오빠는 성인이 돼서도 방황을 접지 못했다. 군대를 다녀와서도 마음을 못 잡았고, 계속된 방황과 사고들 속에서 아빠와 나는 지쳐갔다.


이제와 오빠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그렇다고 잘못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상처는 아직도 오래도록 남아 아빠와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까..


아빠는 몇 번이고 오빠가 친 사고를 수습해 줬지만, 위태로웠고.. 나는 지쳐가다 결혼 후엔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오빠는 외모가 아빠랑 붕어빵이었는데, 자신을 똑 닮은 아들이 자신과 다르게 살며 말을 안 듣는 것에 괴로워했다.


나는 아빠에게 오빠와 연을 끊겠다고 말했었다.

“아빠는 자식이니 못 놓는 거 이해해.. 근데 아빠 나는 이제 놓고 싶어 난 나대로 아빠한테 잘할 테니.. 나한테 오빠랑 다시 잘 지내라고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라고 말한 뒤 오빠와의 연락을 끊어버렸다.


내가 완전히 돌아서자. 오빠는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아빠가 불같이 화를 내고 부딪힐지언정 중간에서 늘 받아주고 챙겨줬던 착하기만 했던 여동생이 오죽했으면 이랬을까 싶어 번쩍 정신이 들었다고 했다.


아빠는 이제는 정말 열심히 살겠다는 아들을 내치지 못했고, 은근히 나한테도 소식을 전했지만.. 철저히 무시하고 겹치지 않게 몇 년을 지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나한테 전화를 걸었다. 몇 년간 연락을 받아준 적이 없는데.. 이제 슬슬 또 사고를 치려고 그러나 싶어 받지 않았다.


근데 연이어 또 전화가 울리길래 짜증이 솟구치는 차에 문득 아빠가 떠올랐다. 이렇게 나한테 연락할 일이 뭐가 있지 싶어서..


그 전화는 받지 않고, 바로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빠, 오빠한테 자꾸 전화가 오던데 아빠 무슨 일 있어? “


그날 아빠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ㅇㅇ아.. 아빠가 죽으려나보다 너무 아파 너무 아프다”

수화기 너머로 울고 있는 아빠 목소리에 너무 놀래서 아빠를 진정시킨 후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간 안부 따윈 묻지 않고 다짜고짜 무슨 일인지 물었다.


“아빠가 며칠 전부터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그래서.. 병원에 데려갔는데 약을 먹고도 괜찮아 지질 않아서 동네 큰 병원으로 왔거든 근데 아빠 뇌 수술을 해야 한데.. 뇌출혈인 거 같다고…”


뒷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오빠한테 욕을 했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아빠를 그렇게 만든 거야 알아!? 이 나쁜 새끼 우리 아빠 불쌍해서 어떻게?? 이렇게 죽으면 내가 진짜 너 평생원망할 거야 이 나쁜 놈아”


전화기를 붙들고 오빠와 나는 엉엉 울었다. 오빠도 정말 자기 탓인 거 같다며 미안하다고 울고.. 나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울었다.


그리곤 이내 정신을 차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 그 병원에서 수술은 안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

이전 17화 #17 내가 아빠한테 물려받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