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착각하는 게 있어요
이건 더 붙여야지 더 잘라야지 하며 쓴 소설 따위가 아니에요. 그냥 제 얘기를 쓰는 거예요. 그냥이라는 말 구차하면서도 이것보다 좋은 핑계가 없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숨기 딱 좋은 말이라고. 할 말 같은 건 원래도 생각에 담지 않는데. 손가락이 굳어가는 걸 보면 언어를 잃을 때가 됐나 봐요.
잊히지 않았으면 해서 쓰는 글이면서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써요. 무언가를 가미해서 사람들 눈을 잡아둘 글을 쓸 줄 알면서도. 내가 잡는 건 너무 구차하잖아. 그렇게까지 독자들을 간절하게 대하고 싶진 않았어요. 쓴다는 말도 그래요. 난 말을 하는 건데. 단지 그게 텍스트로 입력된 것뿐인데. 우리는 늘 픽셀과 텍스트의 한계를 넘으며 이야기를 나눠요. 이걸 음성으로 다 할 수는 없는 걸까.
손목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파요. 총을 쏜 적도 없으면서 총잡이들이나 겪는 통증을 겪는다니. 내가 얼마나 누굴 향해서 격발해댔는지 좀 생각하게 됐어요. 그게 바쿠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면. 내가 내 머리통에 대고 갈긴 거면 어쩌지. 또 이래요. 아무래도 저는 멍청해서 못 죽을 것 같아요.
제가 책을 쓰려는 이유가 뭐냐면. 태우려고요. 출판된 책을 몽땅 찢어서 태우는 데에 쓸래요. 그래도 돼. 내 글은. 나만 날 잊었으면 좋겠다. 누가 그러는데 왜 살지 나는 누구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존재론적 우울이 찾아왔었대요. 그 사람은 너무 똑똑해서 그런 걸까요. 가서 나는 왜 사는지 배울까.
한창 또 헛소리만 나오는 걸 보니까 봄이 오겠구나. 한숨 쉬면 꽃 쏟아진다고 누가 그랬는데. 그땐 하나하키병이냐고 되도 않는 농담으로 넘겼는데 그 말 뜻을 이젠 알아요. 화가 나요. 花가 나. 연이라는 이름으로 있으면서 꽃잎 같은 건 애진작에 다 떨궈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