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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분실물

-버릴 수 없는 것들

by 조명찬


유독 추웠던 지난겨울의 어느 날.

늦은 저녁, 외국인 커플이 가게에 들어왔다.


둘이서 먹기에는 넉넉하게 메뉴를 시켰고 술은 주문하지 않았다. 밤 10시 정도였으니 그때까지 저녁을 먹지 않았다면 배고플만했다. 아니면 밤 비행기를 타고 이제 막 숙소에 도착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의 추위에 깜짝 놀랐는지 온몸을 꽁꽁 싸맨 남자가 두툼한 점퍼를 벗자 그 안에 숨어 있던 갓난아이가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그 아이를 데리고 밖을 다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아이였다.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아이를 보고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했지만 감히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스치기만 해도 깨질 것만 같은 작은 아이였다.


아이가 불안해할까 봐 매장의 음악 소리를 작게 낮췄다. 모두가 이해했다. 음식이 나오자 남편부터 빨리 먹는 먹방 대회에 나간 것 마냥 음식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생존의 행위였다.

10분 만에 모든 음식을 먹은 남편이 냅킨으로 입을 쓱쓱 닦더니 아내에게서 아이를 건네받았다. 그때부터는 아내의 식사 시간. 아니 생존 시간.

마음 같아선 그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아이를 봐주고 싶었지만 원치 않는 친절일 수도 있으니 참았다. 20분 만에 모든 식사를 마친 그들은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숨을 고르다가 다시 옷을 겹겹이 입고 문 밖으로 나갔다.

식사를 금방 마치고 간 가족의 자리에는 아이의 발싸개 한 짝이 놓여 있었다. 의자 한쪽에 누워 발버둥을 치가다 떨어진 모양이다.

'발싸개'를 금방이라도 찾으러 올 것 같아 기다렸는데 잃어버린 것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마감시간이 훌쩍 넘어서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가게 문을 닫으며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날이 매장의 정기 휴일이었다.


발싸개를 문 앞에 붙여 두기로 했다.
숙소가 멀지 않다면, 발싸개 한쪽이 없어진 걸 눈치챈다면 다시 올 것만 같았다.
끈끈이가 남지 않게 종이테이프를 겹치게 만들어 붙여 두었다. 찾을 러 왔을 때 헛걸음하지 않도록.


어떻게 그 귀여운 발에서 떨어진 걸 모르는 척 그냥 버릴 수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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