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맛이 음악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카펜터스를 좋아하세요?
낮에는 식당, 밤에는 주점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같은 공간이라도 식당의 분위기는 낮과 밤이 사뭇 다르다. 낮에는 밝은 조명, 밤에는 조명을 어둡게 조정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음악도 마찬가지.
다양한 음악을 날씨에 따라 틀어두는 밤과 다르게 낮에는 클래식이나 올드팝을 거의 고정적으로 틀어두고 있다. 올드팝 중에는 ‘엘비스프레슬리’나 ‘프랭크시나트라’ 보다는 ‘카펜터스’, ‘아바, ‘비틀스’를 틀어 두는 편이다. 편안하게 밥을 먹기엔 'love me tender'나 'My way'보다는 'Close to you'나 'I do, I do, I do, I do, I do'가 잘 어울리기 때문.
카펜터스와 소고기뭇국이라니!
단어만 그대로 두고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은은한 육수의 소고기뭇국과 부드러운 목소리의 카펜터스는 막상 틀어놓고 나면 꽤 잘 어우러진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은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확실한 즐거움이다.
종종 혼자 오기도 하고 직원들을 데리고 오기도 하지만 늘 말없이 계산만 하고 가는 60대 사장님이 오늘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카펜터스를 좋아하세요? 저 역시 참 좋아했어요. 오랜만에 들었더니 좋네요. 어쩌다 보니 잊고 살았어요. 당분간 출퇴근하면서 다시 들어야겠어요. 항상 잘 먹고 잘 듣고 갑니다.”
행복한 그분의 표정을 보자 음식은 기본이고 음악에도 더 신경 써야겠다는 막연한 책임감까지 들었다.
아침에 첫 손님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오셔서 비빔국수를 드시고 가시는 어르신은 매주 양평으로 비빔국수를 먹으러 다녔는데 우리 가게에 온 이후로 거기까지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하루는 나에게 ‘아델’의 노래를 틀어 줄 수 있냐고 요청을 해오셨는데 나는 기꺼이 아델의 노래를 찾아서 틀어 드렸다.
오전 열한 시에 묵직한 아델의 목소리가 매장 안에 울렸고 비빔국수를 먹는 어르신의 후루룩 소리가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으로 들렸다. 그 후에도 종종 어르신이 오는 날이면 나는 아델을 틀어 드린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잠깐의 눈인사로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