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한 남자의 뒷모습.

by 고순

아침에 가끔 뻣뻣하게 걷는 남자를 본다. 그 남자는 이마가 훤히 드러나는 깔끔한 머리와 과하지 않는 옷의 실루엣과 한 손에 토트백을 들고 다닌다. 보통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짙은 눈썹과 밝은 살구색의 피부와 과묵한 표정을 지니고 있다. 그 남자와 마주칠 때면 오늘도 역시 올곧은 사람이야 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내가 그 남자를 기억하는 이유는 역시 걷는 모습 때문이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어깨를 좌우로 쫙 핀 상태로 정직하게 걷는 모습이 마치 레고 아니면 목각인형 같았다. 그래서 그의 뒷모습을 볼 때면 펭귄처럼 약간 뒤뚱거리는 듯한 어정쩡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틀 전, 오랜만에 친구랑 같이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그 친구는 나보다 헬스에 대해 잘 알았는데, 지금처럼 함께 운동할 때면 내 운동자세를 봐주곤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친구에게 내 어깨운동 자세가 괜찮은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내 자세를 본 친구는 어깨세모근이 아니라 여전히 승모근으로 덤벨을 들어 올린다고 했다. 전에도 지적했던 문제였기에 나는 또 승모근만 커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건, 내가 복압에 힘을 주지 않는다는 것과 어깨가 말린 채로 운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나는 복압에 힘을 주고, 가슴을 내민 채로 다시 덤벨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는 어깨의 자극이 제대로 느껴졌다. 그런데 복압에 힘을 주고 운동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운동 중 숨을 쉴 때 상체의 긴장이 풀려 자세가 무너져 내려서 힘들었다. 그렇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운동을 계속했다.


운동을 끝내고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배에 힘을 주고 어깨를 피면서 자연스레 가슴을 내밀었다. 평소 어깨가 말린 자세와 골반 전방경사인 채로 살아온 나로서는 오히려 지금의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남자답고 좋은데 왜" 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거울 속 내 모습이 괜찮아 보였다.


집에서도, 의자에 앉을 때도, 밖을 걸을 때도 복압을 주고 가슴을 살짝 내미는 자세를 생각날 때마다 실천했다. 걷는 행위가 전혀 단순하지 않구나라는 것을 몸으로 다시 배웠다. 평생을 대척점의 자세로 살아온 내가 당연히 적응하기 쉽지 않겠지만 세상을 당당히 마주한 것 같은 이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오늘 아침, 걷는 것에 집중하고 있던 내 앞에 뻣뻣하게 걷는 그 남자가 걸어갔다. 평소에는 어정쩡하다고 생각한 그의 모습이 사실은 지금 내가 실천하고 있는 자세와 똑같았다. ’아, 그 남자는 우스꽝스러운 게 아니라 멋있는 거였어.‘ 나는 복압을 유지한 채 그 남자 뒤를 따라 걸었다. — 발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몸의 중압감이 오늘 하루를 당당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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