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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Jan 17. 2023

한때 소녀였던 나와 영화 《20세기 소녀》

1999년, 그 해 나도 스물여섯 청춘이었어라!

2023년 1월 17일 화요일 새벽 2시 20분이 지나갈 때...


1999년 20세기의 마지막 해에 고등학교 1학년 열일곱 풋풋함과 발랄함을 간직한 비디오대여점 딸 '보라'(김유정)와 그런 보라를 좋아하게 된 성실하고 허우대가 예술처럼 빛났던 사진 찍는 걸 무지무지 좋아하던 열일곱 소년 '풍운호'(변우석)의 짧은 사랑, 그래서 아쉽기 짝이 없는 추억이야기...


보라의 가장 소중한 단짝친구 '연두'(노윤서)는 심장이 아파서 조금만 무리해도 쓰러지는 학창 시절을 보냈고, 그런 연두를 친언니처럼 아껴주는 보라... 연두가 미국으로 심장 수술을 받으러 가기 바로 전 우연히 만난 '백현진'(박정우) 사랑하게 됐다는 사실을 고백하며 절친 보라에게 백현진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도록 조사를 부탁한다.

단짝 연두의 지령을 수행하기 위해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시작된 보라의 백현진 따라다니기 작전이 시작되면서 현진의 절친인 풍운호를 자꾸 마주치게 되는 보라... 백현진을 상세히 조사하면서 어느 순간 보라는 풍운호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리고 급기야 둘은 서로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허나 얄궂게도 연두가 수술이 잘 돼서 돌아온 후 알게 된 사실 한 가지...

연두가 사랑한다고 말한 이는 이름만 백현진으로 잘못 알고 있었을 뿐 실제로는 풍운호였다는 것...


아픈 友 연두를 위해 열일곱 보라는 사랑이 아닌 우정을 택하게 되고...

뉴질랜드로 떠나야 하는 풍운호에게 보라는 어떻게 했을까?

이들의 엇갈린 운명 같은 사랑은 과연 어찌 되었을까?

나는 굳이 이곳에 결말을 이야기하지 않으련다.


단지 이 영화의 제목이 20세기 소녀 일 수밖에 없는 까닭을 내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면, 뉴질랜드로 떠난 후 어느 날부터 더 이상 보라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던 풍운호, 아니 절대로 연락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운호에게 보라는 20세기의 소녀로 영원히 머물러 있었을 테니까...


자두나무 아래에서 보라와 운호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반한 장면이라서 넷플릭스에서 되감기로 돌려서 이 사진을 직접 찍었다.

티브이를 사진으로 찍어서 좀 별로이지만, 실제로 영화를 봤다면 누구에게나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맞았을 것이다.

자두나무에 가득 열린 자두를 함께 따던 장면,

그 아래서 달콤한 입맞춤을 하려는 순간,

중력을 이기지 못한 자두 한 알이 보라의 머리로 콩 떨어지던 그 사랑스럽던 장면...

나는 이 장면을 제법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아름다운 청춘의 가슴앓이...

그리고 소중한 우정...

너무도 고운 느낌이 마치 오래전 봤던 일본영화 "오겡끼 데스까?"로 유명한 '러브레터'나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이 예술로 내 기억에 남은 영화 '4월 이야기' 같은 느낌의 한국영화였다는 것...




영화를 보며 20세기, 나의 1999년을 잠시 떠올려봤다.

기에는 너무도 꽃다운 스물여섯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나보다 더 감수성이 예민한 열다섯, 열여섯의 중딩들에게 열정을 다해 열변을 토하고 있는 강의실에서의 이은희가 있다.

"아, 그때 나도 참 春이었구나!"

만감이 교차하는 밤이다.




추신.

https://brunch.co.kr/brunchbook/shuvy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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