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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희 시인 Oct 12. 2024

가을 아침 단상... 그리고 詩 고슴도치 인형

2024년 10월 12일 햇살이 아름다운 가을 아침...

가을 아침 단상


✒난 왜 스스로 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세상은 저리도 아름답게 시월을 노래하고 있는데...

하늘은 더없이 높고, 햇살은 적당히 눈부시고, 바람은 달콤할 정도로만 나를 간질이는데...


작년 7월 말 무렵 나는 구체적인 것들을 알게 됐다.

그저 막연한 추상이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그 충격은 너무도 큰 것이었다.

오히려 구체화된 대상으로 인해 마음은 돌아설 기회를 확실하게 얻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허나 은근히 자학의 근성을 타고 태어난 것이었는지, 아니면 살아오면서 겪은 아픈 경험에 면역이 생겼던 것일까?

나는 그 길을 계속 가보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에 이미 예상한 많은 위험들이 나를 둘러쌌다.

어쩌면 환대받지 못한 길이었기에 몸속에도 시나브로 자라난 검은 흔적이 생겨났으리라. 그럼에도 계속된 나의 무모함에 나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이겨내기 불가능한 시련의 파도를 맞게 된 것이었으리라.


시간은 많은 것을 일깨워준다.

특히 시간이 지나야만 아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욱 선명하게...

이제껏의 삶이 그러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나 보니 보였던 것들, 그 순간은 어마어마한 큰 파도 같았지만 사실은 별것 아닌 잔잔한 파문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새롭게 나를 어르는 바람이 불어온다.

나의 머릿결을 조심스레 결대로 쓰다듬고, 내가 이제껏 공부해보지 못한 조금은 다른 분야의 어려운 것들을 말하고, 나의 휴일의 시간을 궁금해하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내 짧은 지식과 경험에도 그것들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된, 별 볼 일 없는 나의 삶이 그리 초라하지 않다고 그리하여 소중하다고 속삭여주는...


너무 오래 힘든 길을 스스로 만신창이가 되어 절뚝이며 겨우겨우 걸어온 것 같다.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과삶을 비교하며 상대적 궁핍에 스스로를 남루한 누더기를 걸치고 칼바람이 부는 겨울의 한복판으로 내몰았다.

근거리 과거를 자꾸 잊어버리는 습관도 한몫을 했을게다. 허나 결국 그 날카로운 바람의 날이 그리 만든 것이었으리라.

무수히 많은 날들 속에 스치는 하루가 될 것이다.

오늘 이 하루도 그러하리라.


2024년 10월 12일 햇살이 아름다운 가을 아침...






고슴도치 인형

                       이은희

                                  


이미 알고 있었지 

모든 것이 쉽게 식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른 척했을까?

아련하게 혹은 막연하게

가물가물하게 혹은 흐릿하게

구체성을 띄지 않은 추상은 기대를 품게 하지


우연히 찾아낸 퍼즐의 마지막 조각,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또렷한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진 공상은

이미 현실

투박한 거짓의 벗겨지지 않던 베일도

이리 쉽게 벗겨지는 것을


잠시 내게 머물렀던 것들

어차피 내 것이 아니었던 것들

고슴도치 인형이 아니었을까?

나도, 내가 바라던 그 모든 것들도...


아쉬울 것도 없다

처음부터 나 홀로 서있던 벌판에 바람만 불어왔을 뿐

달콤한 때론 시원한

간지럽던 때론 매섭던

아무것도, 아무도 갖지 않은 순간

바람이 불어와도 더 이상 벗기울 것 없는 자유


인간은 어차피 모두 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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