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배우는 지혜
월요일.
"월요일이라 바쁘죠?"
라고 인사한다.
그런데 월요일이라 매번 바쁜 걸까요?
어제 일요일이라서 아픈데 응급실은 아닌듯하니 일요일 다음 날인 월요일에 병원을 방문하게 되면서 우리는 휴일 뒷날이라 정신없다고 생각한다.
"TV가 안돼요, 왜 화면이 안 나오죠?"
"잠시만요."
병실에 TV가 고장 난 건 꼭 내가 안 가도 양해를 구해도 되는 일이다.
"숨이 차대요."
이런 상황은 얼른 가서 봐줘야 되는 거다.
극과 극의 상황이지만.
그런데 누군가 오늘은 정말 환자의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이동식 초음파로 상태 확인 후 천자까지 시행 중이며,
10분 뒤에 수술을 들어갈 환자는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 상황이었다.
분주함 속에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조용히 나오셨다 들어가는 분을 봤다.
혹시나 해서 정리가 되고 난 뒤에 갔더니.
"바빠 보여서, 정리됐으면 나 이제 주사 좀 놔주소. 나는 수액만 맞으면 되니."
라고 하시는 거였다.
행여나 내가 분주함을 표현했는지, 나의 행동과 말투를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런데 내가 움직이고 다니는 걸 보셨다고 한다.
아무도 없는 스테이션에서 이곳저곳 다니는 걸 보고, 굳이 수액만 맞으면 되는 데 하면서 조금 여유를 가지셨다고.
가끔은 이런 배려를 해주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바쁘니까 서두르는 분들도 있다.
"신경외과 과장님은 퇴원해도 된다고 하는데, 휠체어 타고 내과 가서 기다리면 되나요"
보통 회진은 외래 가 시작되기 전에 하며 외래 시작 시간은 9시다.
회진은 외래 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오기 때문에, 회진이 먼저인 것뿐인데 벌써부터 외래 진료를 보러 가도 되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회진 때는 아무 말 없다가 내과 약을 타시겠다며 우리에게만 말을 하는데 결국
타과 진료 절차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
한참 뒤에 외래 진료를 보고 퇴원약이 한 달분이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고.
정말 그 말 한지 얼마 안 됐는데, 그 환자의 다른 보호자가 나와서.
"아니, 이병원은 주사 빼주는 간호사는 따로 있나요? 바쁜데 왜 빨리빨리 안 해주나요?"
하면서 바로 화를 내시는데,
"죄송합니다 얼른 가서 봐드릴게요. 약은 받으셨나요?"
라고 달래면서 보호자를 앞질러서 카트를 밀고 달려가게 된다.
서둘러서 타과 진료를 보고 최대한 빨리 진행을 해도 마지막에 이렇게 되면 기운은 빠진다.
내가 바쁘다는 말을 자주 하면 더 그럴까 봐, 한 번씩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부서 직원이었는데 전화 와서 "선생님, 바빠요?"
였다. 물어볼 게 있어서 전화했는데, 바쁘면 이따 전화한다는 뜻이었다.
"아니, 좀 정리됐어요."라고 나는 전화를 받는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끊는 데는 5분도 채 안 걸리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또 전화를 하게 만들 수 없는 건 아닐까?
나 역시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응대를 하면, 나의 조급함도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 진다.
나야 주사만 맞으면 되는데, 잠깐 기다려도 돼 하는 분과
나는 바쁜 사람이야를 강조하는 사람.
가끔은 나는 어느 쪽일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날이었다.
바쁘다를 마음에 품고 일을 하는 적은 없지만, 그렇게 일할수록 내게는 더 마이너스가 되는 건 맞는 듯하다.
숨 한번 쉬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나만의 환기를 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 조금의 여유가 생기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직장에서 배우는 삶의 노하우가 아닐까?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