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물을 파는 중입니다
취업하면 공부가 끝일 거라 생각했던 적이 있다.
아니었다.
입사 후, 내가 간호사로 남기로 한 이상 정말 전공서적을 뒤적거렸던 적이 많았다.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닌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
며칠 전 간호사가 쓴 책을 읽었다.
간호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지키면서 나의 주변을 돌보는 것이다.
“우리는 간호의 한 우물을 깊게 판 것이지 일만 하기 위해서 우물을 판 것은 아니다.억지로 하는 간호가 아니라 정말 사람을 살리고 싶은,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먼저 챙길 수 있는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
간호 읽어주는 간호사 중에서 한 구절 인용
스스로 챙길 수 있는 간호사이며 지식을 챙기면서 간호를 해야 된다는 것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인수인계를 받던 도중, 아차 했는데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고 연차가 낮아서 놓쳤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환자가 계속 울렁거린데요. 그 수술 후 울렁거리고 토하면 밥보다는 어제 드셨던 죽이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환자가 밥을 원해서 변경해버렸단다.
그러나 결국 그 환자는 밥을 먹지 못했다.
식사를 취소까지는 아니어도 일단은 밥은 아닌 상황이 된 거다.
회진 이후 결정은 일단은 금식 유지와 운동 권장으로 변경되었다.
다행히 수액은 투여하고 있었고, 복부 쪽으로는 온찜질은 하고 있어서 크게 더 문제 될 상황은 아니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처리였다.
그래서 다음에는 반복되지 않도록 중간에서 일을 배우고 있는 후배에게 나의 생각이 아닌 현재 해결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가 경험했던 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그 방향으로 환자의 간호가 진행되지 않는 예외라는 게 있다.
간단한 수술이지만 합병증, 예후 정도는 짐작해야 된다.
가끔은 나도 사람인지라 이 정도는 알아서 처리해 줬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정말 이것도 다시 가르쳐줘야 되나?'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양가감정 속에서 악마의 손 VS 그래 모를 수도 있으니 내가 가르쳐주자는 마음이지만.
어떻게 알려주는 게 가장 나은 건지 고민 중이다.
아마 나에게는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코칭 교육이 좀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간호에는 정해준 틀과 답이 없는 경우도 있다.
혼자만 잘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며,
간호사와 환자만의 문제가 아닐 때가 있으며, 타 부서와의 협력도 또한 해결에 중요한 고비가 될 때도 있다.
절대 혼자서 간호가 끝맺음되는 게 아니다.
조금의 순발력과 융통성을 발휘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소리도 듣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렇기에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벌어진 상황에 대한 우선순위를 생각하면서 일을 이어가야 되는 경우도 있다.
오늘도 퇴원한 환자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그때 병원으로 못 가고 집을 왔어요.
우리 처를 보낼 테니 소독약을 처방해 주시면 안 되나요?
"아니, 왜 다른 병원이라도 가셨어야 하는데요? 아, 잠시만요."
결국 속으로는 왜 퇴원 교육을 안 지키셨지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전화기를 들고 외래 진료가 되는지부터 확인하고 있다.
"오늘 오후에 몇 시까지 외래로 오세요"
이렇게 통화 후 퇴근 전에 결국 입원하게 되셨다.
염증이 있었기에 집으로 가시면 안 된다고 몇 번을 설명했는데 안되면서 행여나 상처가 안 좋아지지 않았나 내심 걱정하게 되었지만 다행히 오후에 진료 후 입원하시게 된 걸로도 나의 업무는 해결된 셈이었다.
전공서적에 있는 답은 암기로 인해 내 머릿속에 들어가서 input과 output이 될 때도 있다.
그런데, 가끔은
본인이 판단해서 끌고 가야 되는 상황은 어려워서 조금은 머뭇거릴 때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어렵다고 주저하기보다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좀 더 노력해 보자!
그럼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높은 산을 처음부터 단숨에 올라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말 뭔가 이상하면 자주 가서 의문을 갖는 방법처럼 내가 먼저 궁금해하고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든 쉽지 않다.
정말로 나만의 우물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