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연 Dec 15. 2024

나는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지나간 일들과 나아가기

우리는 '지금'을 살아야 합니다. 지나간 시간을 보내고 오늘을 사는 법은 사람을 대할 때와 같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나아가는 것이죠.



  돌이켜보면 매일, 매 시간을 자신을 평가하며 지냈습니다. 오늘 ‘많은 것’을 해냈는지, 지금 내가 게으름 피우고 있는지. 끊임없는 생각은 열심히 사는 원동력이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조금의 나태함과 부진함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되었죠. 이따금 기진맥진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자신을 향해 경멸과 혐오의 태도로 욕설을 쏟아부으며 스스로 상처를 받았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에게 들은 말들 때문에 자신에 대한 평가가 각박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왜 학교를 쉬냐는 말, 미래를 생각해야지 왜 휴학을 하고 놀고 있냐는 말들은 장난스럽게 던져졌지만, 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빨리 남들과 같은 길을 걸으라는 말들,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질책까지 더해져 온몸을 짓누르는 것 같았죠. 자신만의 길을 찾고 싶었기에 모욕과 수치를 견디며 보이지 않는 성과를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아무것도 얻어지지 않는 그 긴 침묵의 시간은, 그들이 나에게 말했던 ‘저주’가 현실이 될까 봐 두려움에 떠는 날들이 되어갔습니다.


  사회와 타인의 요구에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휘청거리자 마음을 다잡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은 자신의 태도에 질려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을 상처 내며 ‘충분히 잘하지 못하는’ 저에게 실망하는 것이 지겨워졌습니다. 또 ‘상냥한 조언자’들을 내치지 못하고 앞에서 멋쩍게 웃기만 한 자신을 우유부단하다며 비난하는 데 지쳐버렸습니다.


  오늘날의 우리에게는 ‘나를 대하듯 남을 대하라’는 태도도 좋지만, 남을 대하듯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언제까지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만약 같은 어려움을 당신 친구가 겪고 있다면 '왜 그 정도밖에 못해?'라며 상처되는 말을 절대로 뱉지 않을 텐데 말이죠. 


  내 손에 쥐어진 나의 인생이라지만, 삶과 감정은 통제가 어려울 때도 있고, 손 쓸 도리가 없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우리에게 찾아온 순간에 선택할 기회와 시간은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고, 자책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날들과 후회한 시간들 모두 우리의 삶의 일부이며, 한편으로는 전부 지나간 일입니다. 우리는 '지금'을 살아야 합니다. 지나간 시간을 보내고 오늘을 사는 법은 사람을 대할 때와 같습니다.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나아가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스스로를 용서하기로 했습니다. 이루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며 죄책감에 시달렸던 나를. 모욕과 수치심을 느껴도 손 한 번 못쓰고 웃기만 했던 나를. 해로운 사람들을 내치지 못하고 또 만났을 때 그저 상냥하게만 대해준 나를. 자주 침울했고 방해받은 나를. 결론적으로는 항상 ‘최고의 선택’만을 한 것은 아닌 나를. 그렇게 지나간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