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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연 Aug 03. 2024

<예술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들>을 시작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용기, 2024년 8월 3일

  

  <예술을 보는 조금 다른 시선들>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예술과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담는다. 예술과 관련된 전시와 책, 프로그램들을 찾아다니며 보고 느낀 바를 진솔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이다.


  이 책을 통해 거대한 정치적, 환경적 사안의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건 아니다. 이 책은 그저 당신이 '새로운 태도, 새로운 시선'으로 예술과 세상을 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원한다. 익숙한 감각을 벗어나는 건 두렵고 불편하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받아들이고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자 할 때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다른 시선들'이란 무엇일까? 여성, 장애인, 아동 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과 환경문제와 같은 사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진정한 원인, 기존 담론의 문제를 제대로 직면하기는 쉽지 않다. 정작 논의가 이루어질 때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권력자들의 감각으로만 모든 걸 판단한다. 저출생, 여성혐오, 장애인과 교육 정책까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생각보다 단순하기도 하다. 진정으로 고려해야 할 사람들은 '객체'로 남아있다. 여성과 장애인, 청소년들이 타인의 억압 없이 자신만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가는 한 인간이라고, 언제쯤 당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들의 목소리와 진정한 어려움들, 즉 그들의 ‘감각’을 이해하려면 조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겪는, 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문제들의 해결책이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잠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중요한 점이 있다면, 이는 남의 얘기도 아니고 동정심만을 일으키려는 글도 아니다. 예술에만 갇힌 이야기도 아니다. 이 책은 분명하게 우리의 이야기이다. 조금 더 다른 시선으로 타인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우리의 이야기이다. 대단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해도, 우리가 '이런 존재들도 있구나' 하며 다른 시선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것으로 우리의 감각은 좀 더 풍부해지고, 영감의 원천이 되어, 더 나은 태도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현재의 우리가 좀 더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단순하게 말한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자신의 생각과 진심을 눌러 담아 글을 쓴다는 건 아직도 두렵고 막막하다. 치기로 가득한 부족한 스무살로서, 이 책의 글들은 전문성과 완벽함보다는 성장의 과정에 있는 도전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모든 글들이 명확한 목표와 확신을 가지고 쓰인 건 아니다. 이미 글을 잘 써서 이런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더 잘 쓰고 싶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브런치로 이끌었다.


  게다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주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부터가 매일의 고민이다. 글을 쓰는 이의 사소한 고충이 있지만, 이런 말을 통해 마음의 부담을 지우려는 건 아니다. 현명한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책과 전시, 프로그램들이 있기에 이 책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정교함이나 주제의식에 있어 부족한 점이 느껴질 수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며, 조금이라도 자신의 진심을 혼자만의 메아리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고군분투의 흔적이다.


  알지 못한 이야기들을 캐내 보고, 들으며 고민하는 동안 현실의 밝고 어두운 면을 동시에 보게 된다. 불안하고 복잡한 심정으로, 암울한 일들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게 사람의 마음이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쓰였다. <당신과 나의 감각>은 전문성과 확신의 자랑이 아닌, 경직된 감각을 풀어내고 조금이라도 목소리를 내보려는 나의 소소한 용기의 증거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예술에 관한 책이다. 스스로 미술의 길에서 벗어나 인문학의 길을 걸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무언가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예술이라고, 나는 아직도 예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긴 시간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글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그 자체로 예술이 아닌가. 예술은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과 지성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나는 이 땅에 살아숨쉬는 모든 존재와 그들의 황홀하면서도 볼품없으며, 길면서도 짧은 삶 그 자체를 예술이라고 믿는다. 삶을 만들어가는 우리는 전부 예술가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예술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시작한 마음을 잃지 않겠다고 서문을 통해 짧은 이야기를 전달하며, 자신과의 약속을 하고 싶다. 



“긍정적인 것은 부정적인 것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예술가의 역할은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진심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 북미 원주민 루이세뇨족, 프리츠 숄더 (1937-2005)




2024년 8월 3일, 일산의 한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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