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섬

by 책방삼촌


잠긴 섬


아무도 발길 남기지 않는

외로운 섬이 있다

밀물에도 썰물에도

태연한 눈웃음 아래 잠겨

누구에게도 띄지 않는


그 섬 가장 좁은 길 하나

벼랑 끝을 향해 나 있다

어디로 발을 옮겨야 하나

발 아래는 끝없이 추락할 허공

닫혀버린 문 등진 채

선택할 어쩌면 유일한 길


쓰디쓴 차 한 모금

삼켜 넘기듯

칼날 같던 젊은 목소리 접어

주머니에 찔러 넣고

이 깊은 섬의 언어를

차마 나눌 수 없는 이,

내 그대여


찰나에 오가는

파도 한 줌을 쥐어본다

맥없이 사라질 거품일 뿐

섬의 그늘도, 뿌리도

움직여 내지 못한다


같은 궤도를 맴도는

저 달처럼

멀리 돌아 다가올 계절은

지금과 다른 풍경을 보여줄까

잠긴 나의 섬은

여전히

같은 숨을 쉬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