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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arice Jul 30. 2019

[Day 13 ] 24시간 캠퍼스 라이프!

어제 피곤했는지 늦잠을 잔 아이들은 9시가 다되어서야 어슬렁거리며 수영장으로 향했다. 내일이 체크아웃이라 다시 짐과 냉장고 정리에 돌입했다.



우선 어제 지은 밥이 있었기에 남은 재료를 스캔하다가 김밥김을 발견! 충무김밥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김밥을 쌌다. 맨 김밥만 먹으면 심심하니 비빔용 오징어젓갈을 바른 매운 김밥도 추가! 그리고 남은 섞박지와 버터에 볶은 김치 한팩 넣고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종이컵에 담고 과일에 요구르트, 음료수 캔 2개까지 담아서 점심 도시락 완성!


도시락을 들고 밖을 나오니 이미 11시가 다 되어간다. 수영장 옆 건물 스타벅스로 갈까, 어제의 라테 맛집으로 갈까 하다가 새로운 곳을 개척하고 싶어서 좀 더 걸어보기로 했다. 아쿼틱 센터를 지나 캠퍼스 위쪽으로 올라가다 보니 모퉁이로 카페가 보인다.



뭔가 느낌이 오는 건물이라 들어가 보니 대박! 학생회관처럼 카페, 일식당, 중식당, 편의점, 여행사 등이 다양하게 입점해있고 어제 아들이 그렇게 찾던 버블티 집도 있다. 아이들을 데려오면 너무 좋아하겠다 싶어서 들뜬 마음에 둘러보다가 눈길 가는 카페가 있어 다가갔다.



유리 진열대 안에 보이는 베이커리류와 종이에 싸진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어 보였다. 완전 내 취향! 먹고 싶은 건 너무 많았지만 아이들 픽업도 가야 하고 같이 와서 고르자 싶어서 일단 라테만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역시 라테도 무난했다. 한 20여분 앉아서 쉬다 보니 픽업 갈 시간이다.


나오는 아이들을 만나서 sign-out desk에 사인을 하고 나왔다. 어제 봐 뒀던 스타벅스와 서브웨이 있는 건물은 솔직히 아이들 취향이 아니어서 시큰둥했지만 음료수를 사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나름 기대했는지 그쪽 건물로 발길을 돌리길래 새로운 곳을 발견했다고 흥분하며 아이들을 이끌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버블티 가게가 보이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아까 들렀던 카페를 가리키며 먹고 싶은 거 있나 보고 오랬더니 부지런히 달려간다.



테이블을 잡고 점심 도시락을 꺼내서 세팅하고 있으니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온다. 충무김밥에 대한 호응이 좋아서 내심 뿌듯해하며 식사를 마치고 카페에서 먹고 싶은 거 사 오라고 보냈더니 역시나 달달한 디저트는 여성 취향인지 셋이서 브라우니, 초코칩 쿠키, 시나몬롤 이렇게 각각 한 가지씩 골라왔다. 다 내가 눈여겨보던 것들이라 훌륭한 메뉴 선택에 흐뭇해하며 맛 좀 보려는데 오후 수업 시작할 시간이라며 간식으로 다 가지고 가겠단다. 또 그렇게 쿨하게 보내주고 가벼운 도시락 가방을 들고 벽면에 전기를 꽂을 수 있는 노트북 테이블이 있어 자리를 옮겼다.


어제 또 충전을 못하고 잠드느라 와이파이, 핸드폰 모두 배터리가 아슬아슬했다. 노트북 한대를 충전하면서 와이파이 기계와 핸드폰까지 세 대가 동시에 충전 가능하게 세팅해놓고 뿌듯해하며 한 2시간 앉아 있었을까… 노트북에서 배터리가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무늬만 구멍이었나 보다. 결국 아까 그 카페로 자리를 옮겨 남은 테이블에 비집고 들어가서 선을 연결하자 드디어 충전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곧 아이들 픽업 시간이라 잠깐의 충전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의 방과 후 일정은 인류학박물관이다.

UBC에 가볼만한 곳 중 1순위였다. 일부러 이 곳을 보러 들릴 만큼 전시물 규모나 시설이 훌륭하다는 평이 많았다. 숙소에서 짐을 정비하고 구글맵을 켜고 출발하니 걸어서 15분 걸린단다. 그런데 수영장에서 나와서부터 줄곧 버블티를 노래를 한다. 점심을 먹고 서둘러 다시 들어가야 하는 일정이라 박물관 걸어갈 때 마시자고 했더니 계속 기억하고 돌아가면서 상기시키고 있다. 결국 버블티 가게를 목적지로 출발, 그런데 문이 닫혀있다. 계산대에 붙은 종이를 보니 펄이 SOLD OUT이다. 실망감 가득한 아이들은 아까 먹었어야 했다며 투덜대기 시작했다. 근처 버블티 집을 검색해보랬더니 10분 거리의 가게를 찾아서 넷이서 다녀오겠단다. 아이들 걸음이 구글 시간보다 더 걸리는 데다 뙤약볕이고 박물관과는 반대방향이라 나서는 아이들을 겨우 말려서 일단 박물관으로 향했다.



투덜거림은 여전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해변가 끝자락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가는 길은 우리가 처음 가보는 길이였다. 새로운 건물들도 구경하고 광장도 지나고 아시아대학교 앞의 CHOI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그렇게 걷다 보니 웅장한 박물관을 마주하게 되었다.



일주일 중 목요일만 밤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한다. 그래서 출발 전부터 오늘의 목적지로 미리 점찍어두었던 곳이다. 특히 야간 입장은 할인이 돼서 인당 10달러다. 락카에 짐을 맡기고 들어가서 캐나다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물건들과 그들의 문양 등을 하나하나 구경하고 다녔다. 설명이 영어인데 가방을 락카에 넣으면서 핸드폰도 함께 놓고 온 터라 검색이 안되자 아들은 몇 가지 내게 물어보며 붙어 다니다가 결국엔 그곳 서랍을 모두 열어보겠다며 입구부터 서랍에 붙어 섰다. 막내도 언니들 따라 구경하는 지루했던지 오빠 옆에서 같이 서랍을 열어보다가 그 역시 지루하다며 내게로 온다. 큰 딸은 할아버지, 할머니께 보여 드릴 거라며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고 둘째도 나름의 방식으로 혼자 구경을 하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려고 전시장을 나와서 두리번거리다가 모퉁이 책상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관광객인지 직원인지 싶어 옷을 보니 이름표를 꽂고 계셔서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고 나왔다. 곧 무료 설명이 있을 거라는 안내방송이 있길래 입구 쪽으로 나가보니 아까 화장실이 어딘지 물었던 할아버지가 해설을 하고 계셨다. 슬쩍 무안해하며 지나치다가 아이들을 불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하나 둘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참 이런 해설에 관심이 많다. 아이들은 노트에 펜을 들고 어른들은 질문도 해가며 약 30여 명의 무리가 할아버지와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들을 그룹에 참여시키고 슬쩍 빠져나와 전시장 한편에 놓인 1인용 소파로 갔다. 지나면서 슬쩍 보고는 디자인이 이뻐서 꼭 앉아보고 싶었는데 마침 혼자가 된 김에 슬그머니 자리에 앉아 쉬고 있었다.


잠시 후 아이들이 끝났다고 전화와서 나가보니 기념품샵에서 아이쇼핑 중이다. 그 결에 나도 껴서 몇 개 고르다가 한국에 카톡으로 사진 찍은 거 보내 고르게 하고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여전히 날은 밝지만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난리다. 곧 쓰러질 듯 하소연해서 택시를 잡으려고 어제 깔아 둔 YELLOW CAP 앱을 켜보는데 자꾸 오류가 난다. 버스를 검색했더니 배차 시간이 너무 멀다. 결국 일단 걷기로 하고 출발하는데 아들의 쪼리 끈이 떨어져 버렸다. 쪼리는 끈이 없으면 무용지물… 대충 걸고 오다가 벗겨지고를 반복하는데 나머지 아이들은 그 광경이 재밌다고 깔깔대고 서로 바꿔서 신어보기도 하고 고장 나지 않은 쪼리로 바꿔 신은 아들은 도망가버리고 그렇게 한참을 놀다가 급기야 종이 쇼핑백을 신자고 꺼내고 있다.


결국 길에 세워서 응급처치에 들어갔다. 종이백 끈을 빼서 쪼리에 연결해서 끈 액세서리를 단 새 쪼리 탄생~


건물 입구에 놓인 상자가 뭔가 유심히 봤더니 무료 도서관이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정겹다. 맘 같아선 한 권씩 들고 숙소로 가고 싶지만 우리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책들이라 조용히 상자 문을 닫고 다시 가던 길을 걸었다.


좀 더 캠퍼스 안으로 들어서자 가게들에 눈에 들어온다. 일단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피자집이다. 파스타를 시키려 했더니 품절이란다. 결국 마르게리타, 프로슈토 루꼴라 이렇게 피자 2판을 시켰는데 인기는 마르게리타 압승이다.



아이들은 귀한 몸인 프로슈토를 걷어내고 루꼴라만 얹어서 먹고 짭짤한 프로슈토를 걷어 모아서 먹고 있으니 숙소에서 기다리는 와인병이 그립다.


배도 채웠고 쉬기도 했으니 다시 가벼워진 걸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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