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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지 뭐.

by 부끄럽지 않게 Jan 19. 2025

더이상 양보하고 배려하지 않기로 결심한 지 2일.

아파트 AS 센터 팀장이 전화가 왔다.

좋게좋게 대안을 찾고 싶다며,

적절히 부담을 나누면 어떻겠냐는 제안.

일단 거실 마루 상태 확인을 위해 방문하겠다고 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부담을 나눠야 한다는 말에 화가 났지만

상태 확인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약속 시간을 정했다.


교체가 필요한 마루는 대략 30장 정도였고,

수리에 필요한 마루는 AS 센터에서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저렴하게 시공할 수 있는 마루 기술자 분을 소개해 줄테니

인건비만 부담해 달라고 했다.


"저희 입장에선

아무 귀책 사유도 없는데 돈이 나가는 것 자체가 억울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 주셨다고 하지만,

저희도 없는 시간 쪼개며 집에 와서 식세기, 로봇 청소기 점검받고 했어요.

마루를 제공해 주겠다고 하셨지만

저희 입장에선 AS 센터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저희 입장을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100번 양보해서 팀장님 말씀대로 일을 진행한다고 해도,

인건비를 반반이라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전에 통화하며 서로 언성이 높아졌었기에 

말을 최대한 조심하고자 했다.

팀장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비용 문제를 두고 대화하던 중에

팀장이 이야기했다.


"입주자님, 억울한 마음은 저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입주자님도 직장 생활하시니 아시잖아요.

지금 저희 쪽에서도 최선을 다해 점검을 했고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무엇을 근거로 본사에 AS를 요청해요.

할 수만 있다면 마음 같아서는 그냥 저희 쪽에서 다 처리해 드리고 싶지만,

근거가 없으면 승인이 나지 않아서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속상하시겠지만, 제 입장도 조금만 헤아려 주세요"


결정타였다.

그래, 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서

맨 앞에서 이런 일들을 대표로 부딪히며 처리하고 있을 뿐이지

그에게 무슨 권한과 힘이 있을까.

말대로 월급 받으며 일하는 직장인인걸.


바보처럼 억울한 일 당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지 겨우 2일인데,

또 다시 잘못없이 책임을 나누게 되었다.


높으신 분들은 알까,

'잘 처리해' 라는 한 마디를 수행하기 위해

현장의 실무자들은 무수한 갈등과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어떤 면에선 참 잔혹하고, 참 속상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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