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그날, 그날의 결심
시골에 있는 집을 정리하고 엄마가 계신 곳 근처 초등학교와 가까운 거처를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검색해 보고 전화해서 매물을 보고 딱 여기가 좋겠다 싶은 물건이어서 보증금의 10%를 주고 계약했다.
내가 매매해 둔 집은 엄마집과 약간의 거리가 있어서 세입자를 두고 엄마집 근처에서 아이를 양육하기로 결심했다. 엄마와 아이와 셋이 함께 사는 것보다는 근처에 살면서 엄마의 도움을 받을 요량이었다.
이게 웬일인지, 집이 괜찮아서 계약했는데 막상 이사하려고 하는데 비워둔 공간이라 장마철에 관리가 안 돼서 곰팡이에 천정에 물까지 콸콸콸 샌다.
왠지 서글픈 것은 단지 내 상황 때문일까,
주인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아이가 보고 있는데 주르륵주르륵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모두 나가고 뻥 뚫린 거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더 속상하고 아이에게 미안하다. 아주 좋은 곳은 아니어도 형편없는 환경에서 먹고 자도록 하고 싶은 엄마는 아마 없을 것이다.
“엄마, 우리 속상해도 울지 않기로 해요.”
아이도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 속이 상했는지 나에게
이렇게 말한 것을 또렷이 기억한다.
BTS의 인터뷰 일화가 생각나는 장면이다.
가장 잘 우는 멤버가 누군지 물으니 다들 정국을 가리키자 슈가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울어도 돼.
혼자서만 안 울면 돼.
당신의 인기가 영원할 것 같은가?
추락은 두렵지만
착륙은 두렵지 않아요.
추락하면 거기에서 끝이지만 착륙을 하면
언제든 다시 이륙할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 나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면,
당신의 궁상맞은 생활이 영원할 것 같은가?
궁상은 내키지 않지만
궁상맞지 않도록 노력하면 바꿀 수 있어요.
그 상황에 자포자기하고
슬프게 신세한탄만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난 방법을 찾을 거예요. 이 상황을 극복할 거예요.
주인에게 우리가 입주하기 전부터 수리를 요청했는데 이사하기 전에 보수하거나 공사를 하지 않아서 우리가 이사하고부터 한 달 정도는 거실에 뻥 뚫린 천장을 마주해야 했고 곰팡이도 피할 수는 없었다. 매일 양동이에 떨어진 물을 비워야 했다.
문제는 위층 화장실 누수로 인해 공사가 필요한 것이었다. 오랜 시간이 필요해서 살림은 두고 우리는 몸만 나의 엄마 집에 가서 살아야 했다. 갈 곳이 있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여전히 뭔가 내 선택에 대한 억울함이 밀려왔다. 그날 이후 아이와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시다면 자주 들러주세요. -은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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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의 매가진-
일년간 글쓰기 목표는 즐겁게 100편 쓰기거든요.
내년10월까지 걷기도 달리기도 하며 꾸준히 글을 싸보려 합니다. 미션이 미션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남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여러분의 공감과 댓글은 힘이 됩니다.-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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