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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 Dec 16. 2024

“아이-든든해. 아이-좋아!“

아이 8세 어느 날 겨울에


에피소드8  “아이-든든해. 아이-좋아!“


아이 8세 어느 날 겨울, 언제부터인가 나의 시간 기억의 기준은 내 아이의 나이가 되었다. -은이-




내가 사는 곳에 지하주차장이 없어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자동차에 눈이 수북이 쌓인다. 미리 예보를 듣고 준비하면 눈을 치우는 것이 수월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눈이 얼기 전에 부지런히 손에 두툼한 장갑을 끼고 오랜 시간 동안 걷어내야만 한다. 물론 준비된 도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준비하지 못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밤, 내일 차량운행에 대한 우려로 고민 끝에 자동차 수북이 쌓인 눈을 치우러 나가려고 마음먹었다.


“엄마 자동차에 쌓인 눈 치우고 커버 씌워놓고 올게.”

엄마, 내가 도와줄게.

같이 가자- 얼른 장갑 껴!

눈 만지려면 장갑 껴야 해-얼른-.”


내 아이가 너무 든든하기도 했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고 미안하기도 했다.


“엄마, 나랑 나오길 잘했지? 커버 씌우려면 혼자서는 힘들어.



고맙지?!









늘 나의 아이는 내가 하지 못하거나 표현 안하는 것에 대해 알려준다. 그러면 난 아주 간결하게  그 말을 하고상황은 끝이 난다.





응, 고마워


ENFP어린이가
INTJ어른이에게
가르침을 주는 순간

같이의 소중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더 솔직하게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고마워.








3년이 지난 지금도 내 아이는 나를 위해 눈이 오는 날이면 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우러 나간다.

같이 나가서 치우면 좋으련만 정말 꼼짝도 하기 싫은 추운 겨울날에 백곰처럼, 침대라는 동굴에서 겨울잠을 청하는 이기적인 엄마다.

이번 폭설로 등교를 하지 않던 그날, 인스타로 보니

다른 아이들은 친구들과 눈 놀이도 하고 눈 사람도 만들며 신나게 놀았던데, 내 아이는 나를 위해 차에 쌓인 눈만 치웠구나… 눈으로 오리 모양틀로 오리도 만들고 아이스크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너 인 줄 알면서 이기적인 엄마는 ……그랬구나…….하는 생각도 잠시.


                                 다행이다.


넌, 어쩜 이렇게
사랑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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