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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그리다 Jan 05. 2024

겨울 서리꽃

Rime ice 상고대(feat.나무서리)

하얀 별이 내려앉은 겨울나무

겨울 이른 아침의 산책은 매우 망설여집니다.

조금 더 따뜻한 이불속에서 머물고 싶기도 하고

눈이 녹아 질척이는 흙이 번거롭기도 하지요.

하지만 게으름을 이겨내고 길을 나섭니다.

가을이 한창일 때 따딱소리 내던 콩깍지

우와! 이게 웬일이지요?

밤사이 묘하게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니

  숲의 요정이 이토록 예쁜

상고대를 선물하였네요.

온통 하얀 세상을 만들어 놓았어요.

햇살이 퍼지기도 전에 하얀

서리꽃에 홀려 걷고 또 걷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은 날임에도

 이토록 예쁜 하얀 꽃들을 만날 수 있으니

엄청난 행운이지요.

상고대는 순수 우리말이라고 합니다.

서리꽃이라고도 하고요.

이번 산책길에서 만난 상고대는

 짙은 안개가 밤사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네요.

상고대 Rime ice
안갯속의 과냉각 물방울들이 동결되면서 잎이나 나뭇가지 표면에 달라붙는 서리꽃

그 아름다움에 홀린 듯이 산책길을 걷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산새들 노랫소리와

천둥오리들의 "푸드덕!"

깃털 손질하는 소리만 들립니다.

Winter wonderland

환상의 겨울나라에 온 기분이 들어요.

축축 늘어진 버드나무는 수정으로 만들어진

샹들리에처럼 반짝입니다.

인적 없는 아침 산책길은 신비롭기까지 하네요.

벌거벗었던 나무들도,

씨앗을 떨군 야생초들도 모두

하얀 솜털옷으로 갈아입었어요.

잎과 열매를 모두 떠나보낸

겨울숲이 조금은 쓸쓸해 보였건만

빈틈없이 꽉 채워서

단단히 하얀 옷을 입었네요.

햇살이 퍼지면 이내 사라질

마법의 옷이긴 하지만

이 순간만은 포근하고

따스하게 겨울 숲을 감싸 주길 바래봅니다.

꽃이 봄에만 피는 줄 알아?
기다려봐!

여름
가을
겨울
피지 않는 꽃은 없습니다.
피는 계절이 다를 뿐!

오늘도 꽃을 피우기 위해

하루를 힘차게 시작해 봅니다.

아직 피지 않은 나의 꽃을 만날 날을

기대하며 조용히 물을 주면서

나만의 그 계절을  기다립니다.


글. 사진 by 꿈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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