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린, 매번 흔들린다

쉽게 내뱉던 ‘이정도쯤이야’란 말은, 곧잘 자취를 감추곤 했지

by Sinvictus

사람을 거꾸러뜨리는 건 무엇일까.


네가 약속 시간 지나도록 보이지 않을 때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티끌이 있나 찾아보곤 했다.

헐레벌떡 다가온 기척에 고개를 내리면,

이마에 송골이 맺힌 땀방울도

내게서 괜찮다는 말을 이끌어내기엔 좀 부족했지.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사회생활은 안녕할까 싶은 시간개념이나

슈뢰딩거도 고양이 대신 써보려 했을 법한

예측 불가능의 준비성,

또는 매번 비슷한 패턴의 변명에 질린다는 문제를 떠나

오히려 그대가 오지 않는 동안의 기다림은

마치 구속복을 입은 듯했다.


자세히 따져보자면

고작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그마저도 손발 묶인 듯이

가슴속 아릿한 통증으로 다가오는데

한시도 멈추지 않은 두 발로도

끝내 실루엣 하나 따라잡지 못한,

그 발자국에 서린 고단함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


지금 한 자 한 자 세상에 남길 바라며

나는 내 마음을 기록하고 있다.

인스타에서 매일 한 편 끄적이던 게

브런치에서 매주 두 편씩의 연재로 바뀌기까지

다섯 달 가까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브런치 작가 심사엔

열 번쯤 떨어졌다는 건 덤이었고.

뭘 해도 계속 떨어지길래

승률 100%의 인디언 기우제를 본받아

이곳에 입성했다.


그렇게

인스타에서 ‘좋아요’ 5개가 안되던 나는,

편당 조회수 50이 넘지 않는 브런치 글쟁이가 되었다.


이건 고군분투해서 이루어낸 성과가 분명한데,

왜 나는 허공에서 맴돈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걸까?


물론 하루아침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이 일어난다는 건

마치 지금 당장 정부가

“여러분, 사실 인류는 달에 전초기지를 두고 있었습니다.”

하고 발표할 확률만큼이나

희박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고요한 화면 속 내 글을 볼 때면,

때론 어깨가 축 늘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좋아요’ 하나가

내 하루를 꾹 눌러주곤 한다.)


어떤가.

당신이 걷고 있는 그 길과 비슷하지 않은가?


나아가고 있음에도

제자리인 것만 같은 이 기분.


그래서 우린, 매번 흔들린다.


엄밀히 말하면

‘좋아요’든 조회수든

이 여정에서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인스타는 그때그때 꽂히는 대로 휘갈긴

‘아이디어 노트’와도 같고,

브런치에서는 이제 막 ‘응애’하려던 참이니까.


하지만 흔들릴 수밖에 없는 건,

마치 정성껏 차린 요리가 식어가는 걸 바라볼 때처럼,

따뜻했던 ‘N(new)'이 사라진 글을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 흔들림을 멈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계속 나아갈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당신이 나와 비슷한 자리에 서 있다면

어떻게 이 마음을 다 잡을 수 있겠나.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보법이 있는 법.


내가 찾은 해답은 ‘계속 남기는 것’

요리하는 실력이 어디 가지 않는 것처럼

쓰다 보면 언젠가 마음에 박히는 글이 되겠지.

또한 요리보다 더 큰 장점은

요리는 오래 놔두면 꽃피우지 못하고 지겠지만,

훗날, 내 글이 누군가의 삶에 스며든다면

지금의 기록은 선물처럼 남아있겠지.


이 길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내겐 뿌연 안개와도 같지만


미처 인식하지 못한 시간에서

나를 만난 그대의 마음을 누를

선물이 될 거라는 믿음.


지금 이 순간,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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