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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K Aug 26. 2023

[DUGOUT 비하인드] 9화. 여자야구 박민성&박주아

From <DUGOUT MAGAZINE> 148호 (2023년 8월호)


코너 : DUGOUT Special Interview

인터뷰이 : 여자야구 국가대표 박민성, 박주아

일자 : 2023년 7월 12일

형식 : 대면 인터뷰

장소 : 더그아웃 매거진 스튜디오



"국가대표".

말 그대로 자신의 나라를 대표한다는 뜻으로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이자 칭호다.


그렇기에 태극마크를 단 사람은

뒤따라가는 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자,

때로는 일종의 선구자와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국제무대를 수놓는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보면서 자랐고,

자연스럽게 '국가대표'는

어린 시절 내 가슴을 설레게  한 영웅들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역시

과거 어렸을 때의 내 꿈을 떠올리게 만든,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 야구선수들이다.

박민성(좌), 박주아(우)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DUGOUT Behind> 아홉 번째 주인공,

한국 여자야구를 이끌어 가는 두 기둥 박민성, 박주아다.



인터뷰에 앞서 스튜디오에 먼저 도착한 건 박주아 선수.


사복 차림으로 들어온 그녀는 잠시 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뒤 먼저 개인컷 촬영을 위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워낙 최강야구에서의 모습이 강렬했던 터라 처음 스튜디오에 들어왔을 때부터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는데, 특히 화면 속에서 보던 국대 유니폼 착샷을 보니 그 포스가 어찌나 멋있던지.


주아 선수가 주는 특유의 쾌활함과 어우러져서 그런지 몰라도 참 국가대표 유니폼이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글러브와 공을 들고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는 모습도 이미 "국가대표" 그 자체였다.

박주아 선수의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뒤이어 도착한 박민성 선수.


부산에서부터 오직 인터뷰 일정 하나만을 소화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음에도, 감사하게도 민성 선수는 피곤한 기색 없이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투타겸업을 이어가는 그녀답게 투수로서, 그리고 타자로서 모두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는 모습이 큰 매력 포인트였다.


특히 박민성 선수에게는 큰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 인터뷰를 기획한 후 섭외하는 과정에서 민성 선수의 역할이 정말 컸다. 당초 박주아 선수의 SNS로 연락하는 길이 막혀있던 탓에, 팀 동료였던 민성 선수의 SNS로 연락해서 섭외 요청을 드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민성 선수가 없었더라면 두 선수와의 만남이 아예 성사되지 못했을 수도.

단독샷 촬영이 모두 끝난 후 진행된 투샷 촬영. 두 선수는 국가대표팀 동료이기 이전에 같은 팀에 소속된 '팀 메이트'답게 끈끈한 관계를 보여줬는데, 이는 촬영할 때도 그대로 나타났다.


두 선수는 각자 떨어져서 무게감 있게 포즈를 잡다가도 어깨동무를 할 때는 한없이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준. 역시 동료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서로의 앞에서 한껏 멋있는 포즈를 잡고 있는 게 조금은 민망했던 것일까. 한창 포즈를 잡고 있던 도중 두 선수는 끝내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아래에 나온 것처럼, 웃음이 터진 그 현장이 고스란히 담겨 잡지에까지 실린 게 킬링 포인트. 개인적으로 아래 두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유대로 똘똘 뭉친 두 선수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화보 촬영이 끝나고, 국대 유니폼을 입은 채 진행된 인터뷰.


처음으로 두 명의 인터뷰이와 함께하는 자리다 보니 시작하기 전부터 온몸에 긴장이 빡 들어가 있었다. 일단 두 선수 중 한 명한테 질문과 답변이 치우치지 않아야 했고, 두 선수 모두가 함께 대답할 수 있는 공통적인 이야기 소재 또한 잘 유도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날의 인터뷰가 더 특별하게 만든 건 다름아닌 두 선수가 "국가대표"라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프로선수를 인터뷰했지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단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질문지를 짜면서도 더욱 신경쓰게 되고, 최대한 좋은 인터뷰를 이끌어내게 하기 위해서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것 같다. 거기다 뭔가 뻔하지 않은, 두 선수가 가진 이야기를 가득 담아내고 싶다는 욕심도 컸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그렇게 태극마크가 주는 무게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두 선수와 함께 대화를 나눈 시간은 약 50분 정도. 사실은 내가 평소 대화를 나누면서 즉흥적인 꼬리 질문을 내는 걸 좋아하는 (데다가 이날도 내가 꽤나 애드리브를 남발했던) 탓에 자칫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진 않을까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그렇게 길지도 짧지도 않게 진행되서 다행이었다.


다만 예상치 못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원고 분량 문제였다. 두 선수의 인터뷰가 실리는 'Special Interview' 코너는 보통 A4로 6장 정도의 분량이 나와야 하는데, 이번 인터뷰는 초안을 썼을 때 무려 10장이 넘어버렸다. 그야말로 '분량 과부하' 사태에 직면한 것.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답변을 일부 포기했음에도 분량은 8장 내외에서 줄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그 결과 편집 과정에서 'Special Interview' 코너에 배분되는 지면 수를 이례적으로 늘리기에 이른다. 자칫 원고의 일부가 통편집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그런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다. 덕분에 두 선수와의 대화 내용이 알차게 들어갔으니 그저 만족.


"이 인터뷰 시점으로, 저희가 이번 주 금요일(7월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창원으로 전지훈련을 가게 됐어요. 그동안 합숙 훈련을 하면서 팀워크도 다지고, 그 이후로는 주말 훈련을 하면서 월드컵 직전까지 준비할 계획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들과의 만남이다 보니, 역시나 주된 이야기거리는 바로 국제대회에 관한 것이었다.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둔 아시안컵 이야기부터 (인터뷰일 기준으로) 곧 열릴 야구 월드컵에 대한 이야기까지. 대화 주제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로 인터뷰에 임했던 두 선수이지만, 국제대회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만큼은, 특히 월드컵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는 더더욱 눈을 반짝이곤 했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 자부심, 부담감 등 여러 감정이 섞여서 그런지, 진지함을 넘어서 사뭇 비장하다는 인상까지 받을 수 있었다. 정말 이들이야말로 국가대표가 천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 지금까지 여자야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큰 힘을 쓰진 못했지만, 두 선수의 각오를 들으니 이번 월드컵에서의 대표팀의 성적이 기대가 된 게 사실이다. 박민성, 박주아라는 이름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하지만 첫 경기였던 홍콩전에서 1점차로 패하며, 당초 짜둔 시나리오가 다소 틀어지고 말았다. 아시안컵에서 두 차례나 승리를 거둔 상대였던 만큼 꼭 잡고 간다는 생각으로 임한 경기였기에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듯하다. 그리고 이 패배는 이후 치러진 경기들에도 크게 작용했는데, 첫 패배의 아쉬움이 컸던 탓인지 대표팀은 결국 1승도 올리지 못한 채 월드컵을 마쳤다. 상황에 따라서는 내심 슈퍼라운드 진출도 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한 만큼 나 역시 그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출처 - 유튜브 "아주주아"

https://www.youtube.com/watch?v=gguWu8YJA3k

그리고 3일 전이었던 8월 25일, 주아 선수의 유튜브 계정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바로 월드컵 당시의 기억을 담은 짧은 영상이었다. 마시따 밴드의 <돌멩이>를 BGM으로 시작되는 이 영상에는 대회 기간 내내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대표팀 선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뜨거웠던 여름, 함께한 모든 순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 박주아 선수 유튜브 영상 中


선수단, 코칭스태프, 대회 진행에 도움을 준 연맹 스태프와 기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위 문구를 마지막으로 영상은 끝난다. 성적과 관계없이 태극마크를 달고 모든 것을 쏟아내고 온 모습에 영상을 보는 동안 눈가가 찡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주아 선수가 영상을 올리기에 앞서 박민성 선수가 블로그에 올린 월드컵에서의 기록. 민성 선수 역시 팀의 에이스로서 최선을 다했고, 행복한 기억을 안고 돌아온 것 같았다.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붓고 왔기를, 그리고 캐나다에서의 기억이 두 선수 인생에 반짝거리는 기억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함께여서 더욱 더 빛났던 2023년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야구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박민성 선수 블로그 中

두 선수가 남기고 간 기념사진과 사인볼

인터뷰가 끝나고 잠시 찾아온 휴식시간.


유니폼을 갈아입은 두 선수는 민성 선수의 기차 시간을 기다리면서 잠시 스튜디오 한켠에서 추억을 남기는 시간을 가졌다. 바로 구독자 이벤트로 출시(?)되곤 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셀카를 남기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 인터뷰를 할 때까지만 해도 야구에 진심인 국가대표로서의 모습으로 가득했는데, 이때만큼은 사뭇 달랐다. 거기다 덕매 인스타에 올라갈 스냅사진을 찍을 때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자(?) 잘 나오는 각도를 찾아 여러 번 재촬영을 감행했는데, 앞서 진지했던 모습과는 비교되는 상당한 갭 차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야구만큼이나 사진에도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리는 과정에서, 좋아하는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두 선수는 김하성 선수와 배지환 선수를 좋아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때 스튜디오에 있던 두 선수의 사인 모자를 기념으로 드렸는데, 좋아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한 명의 야구팬의 모습이었다. 거기다 좋아하는 야구선수 이야기가 나올 때 텐션이 몇 단계는 올라가는 모습이 살짝 동질감이 들기도.

두 국가대표 사이에서 찍은 은혜로운 기념샷

덕매 인스타에는 올라가지 않은 개인컷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이날의 인터뷰에서 인상적이었던 답변 중 하나.


자신의 인생을 야구 경기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체로 5회 이전이라는 답변이 많다. 당장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 선수도 5회라고 말했을 정도니. 하지만 박민성, 박주아 이 두 선수는 이제 2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현재 본인의 야구 경기는 경기 극후반이라고 답했다. 반환점은 이미 넘은 지 오래고, 인생의 향방을 결정지을 최고의 승부처라고 생각한다는 뜻이었다.


스스로 변환점, 승부처라고 뽑은 2023년은, 소속팀 창미야의 전국대회 우승, 아시안컵 동메달, 월드컵 출전 등의 여러 이벤트로 가득했다. 그리고 어느새 올해의 3분기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그들의 승부처에서는 과연 어떤 결과가 만들어졌을까?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두 선수 모두 자신이 생각하는 야구를 향해 온 열정을 다할 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을 팀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에 진심이었다고 기억하고 싶다. 또, 바랐던 것처럼 그들을 바라보는 어린 선수들에게 워너비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자신들이 걸어간 길들로 하여금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가는 두 선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오늘의 비하인드는 주아 선수가 영상에 담은 <돌멩이>의 가사 중 일부로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

이젠 나의 길을 가는거야

멈추지마 멈추지마 멈추지마

꿈꾸는 돌멩이


달려라 돌멩이, 날아라 돌멩이

마시따 밴드, <돌멩이> 중에서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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