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음미하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내 생일 전 날에 개봉했던 영화, 누군가 내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볼 때면 늘상 콘택트와 함께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바로 그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재개봉을 한 적이 있다.
짐 캐리의 호흡까지 대충 짐작이 갈 만큼이나 몇 번씩을 돌려본 영화였는지라 이번 재개봉은 패스할까 했는데 회사에서 하던 일이 대충 마무리가 돼가는 터에 다음날 머리 쓸 일은 없을 것 같아서 화끈하게 12시 심야로 질렀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본 지 1년은 넘은 거 같은데 좀 심각할 정도로 모든 게 다 기억나니까 사실 예전의 그 찌릿찌릿한 느낌은 덜했다. 그래도 처음으로 케이트 윈슬렛이 너무나 사랑스러웠고 이제는 헐크 그 자체가 되어버린 마크 러팔로가 그 오덕스런 기계쟁이였다는 사실에 빵 터진 것쯤. 거기다 패트릭은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였다는 사실?
커스틴 던스트의 빤스가 어떻게 생겼는지까지 기억나는 영화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넘실대는 대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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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음미하자
Enjoy it- 을 이렇게나 멋들어지게 번역해줘서 감정선이 몇 배는 부풀어 오르는 것 같다. 나는 이 영화를, 이 대사를 듣기 위해 보는 건지도 모른다. 너무나 좋았던 시간은 그 공간의 잔향마저 떠올리게 해 주니까. 여전히 그 시간 그 공간에서 음미할 수 있는 것..
이별에 괴로워하던 조엘이 꿈속에서 클레멘타인을 발견하고는 짓던 그 웃음이 유독 기억에 남아, 나의 이터널 선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