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운다. 15년쯤을 살았던 독산동 집은 11층인데도 매미소리가 뚜렷이 들렸다. 가만 눈을 감고 있으면 그때로 되돌아간 듯싶다. 나는 기계적으로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으면서도 아직도 과거에 머문다.
어려운 일이다. 밀려오는 파도 같은 지난날의 기억은. 이제 가끔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간격으로 찾아오는 지금에서도, 여전한 좌절감을 느낀다. 나에게 이 시간은 영화와 같다. 사소한 일들에도 OST가 덧 씌워질 때 잔잔했을 마음에는 파문이 인다. 손꼽을 만큼 중요했던 일들보다 어이없을 만큼 사소한 순간들이 머릿속을 범람한다. 넘치는 것은, 그 넘치는 것들은 다시 나에게로 와서 심연으로 향한다.
나는 매 순간 팽창하였다가 한 없이 쪼그라들고 저 너머에까지 빛나다가 무저갱 끝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돌아가는 길이 있을지, 나아가는 법이 있을지, 아니면 제 자리에서 버티어내기만 하면 되는 일인지도 모르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