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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찰청 Oct 20. 2022

 # 12. 4전 5기, 해외 파견 도전기

前)주베트남대한민국대사관 경찰협력관 경감 이승호*

베트남 하노이 롯데센터에서 바라본 하노이의 일상적인 겨울 날씨..

베트남의 겨울인 11월부터 2월까지의 날씨는 해가 잘 뜨지 않고 항시 뿌옇게 보이는 것이 일상이다.

재외국민 사건사고 처리를 위해 돌아다니다 보면 뿌옇게만 보이는 저 여러 지점들이 하나하나 활기차고 각자의 특색이 있는 곳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 해외 파견 경찰관 지원 계기    

  

중학교 시절 우연한 계기로 영어공부에 열정적으로 매진한 경험이 있다. 다름 아닌 당시 EBS에서 방영했던 할리우드 영화 한 편(Adventures in babysitting(야행), 1987)을 너무 재밌게 보고 극 중 여주인공(엘리자베스 슈)에게 푹 빠져버린 이후, 그녀가 말하는 영어를 원어 자체로 알아듣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이었다.

중2 여름부터 1년여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다. 결과적으로 자막 없이 영화보기는 너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 1년간 영어에 대한 나의 열정은 인생에 있어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초등학교 시절부터 사회과부도 보는 것이 취미일 정도로 지도 보는 것을 좋아했고, 고교시설 사회과목 중 지리를 가장 좋아했다. 이것 또한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이 열정과 습관은 해외여행 다닐 때 특히 더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가이드 없이 지도만 보고 직접 찾아다니기도 하고 영어로 여기저기 물어보며 자유여행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8년 초에 필리핀 마닐라에 여행을 가게 되었고, 코리안데스크에서 근무하고 있던 동료를 만났다. 동료를 통해 마닐라 경찰서 사무실도 구경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사건사고 관련 이야기도 듣고, 현지 경찰관들과도 어울리며 코리안데스크가 적성에 딱이고 내가 가진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코리안데스크담당관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였다가 면접에서 쓴맛을 보고 탈락하기를 4번 정도 반복하면서 해외파견 근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해하게 되었고,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터득하게 되었다.

2021년 7월부터 주베트남대한민국대사관에서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경찰협력관으로 근무한 경력이지만 해외파견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와 준비사항, 근무하면서 느낀 점 등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 해외파견 유형 및 선발 과정 준비하기    

 

누구에게나 해외 출국은 가슴 설레는 일이고 많은 기대와 모험심을 느끼게 하는 일이지 않을까..

특히 짧은 여행이 아닌 장기간 해외 근무는 주재국의 생생한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에 한번쯤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학 등 학업의 목적이 아닌 경찰 신분 및 경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파견 유형은 외교부에서 선발하는 주재관 제도와 경찰청에서 직접 선발하여 파견하는 경찰 관련 국제기구 파견(인터폴, UN 등), 특정 국가의 요청으로 파견하는 코리안데스크담당관, 경찰협력관 등이 있다.


어떤 해외파견 직위이던 선발이 되기 위한 첫 단추는 지원서를 잘 작성하는 것이다.

대부분 직무수행 계획서나 업무추진계획서를 요구하기 때문에 모집 직위에 대한 업무분석을 통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직무에 맞게 잘 기술해야 한다. 모집 직위와 관련된 내 직무요건을 잘 분석하여 작성하거나, 전임자 또는 현재 파견자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직무계획서를 잘 작성하는 것은 서류전형뿐만 아니라 면접의 기본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요건에 맞게 지원서를 작성해서 서류전형에 합격하게 되면 본격적인 선발 과정이 시작된다.

선발과정에 있어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면접이고, 면접은 외국어 면접, 일반면접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외국인 면접은 주로 해당 언어 외국인 교수와 1:1 회화로 진행된다. 선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자기소개와 일상 이야기, 그리고 특정 사회문제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으로 약 10분간 진행되기 때문에 평소 면접 영어 외에도 주요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일반 면접은 내·외부 면접위원 5~6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대다 면접이 진행된다. 여러 명의 지원자가 똑같은 질문에 답변해야 하고, 돌발 변수도 있을 수 있으므로 당황하지 않도록 평소 많은 연습을 통해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 실제로 외국어를 얼마나 잘해야 하는 걸까?    

 

베트남에 신설된 경찰협력관으로 선발되어 전임자 등이 전혀 없는 상태로 부임하게 되어 걱정이 앞섰고, 그래서 부임일까지 베트남어를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간상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의 베트남어에 능통한 행정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에 업무상 큰 어려움이 없었다.

현지어는 기초 인사나 교통수단, 숫자 세는 법 등 기초 생활 회화 정도만 구사할 수 있어도 생활에 크게 지장은 없다.


업무적으로는 영어를 많이 쓰며 주로 메신저나 메일을 많이 이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여 번역 어플과 메신저 어플을 번갈아 쓰며 빠르게 전환하여 대화를 이어가는 것에 능숙하게 대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미세한 감정표현이나 의사표현은 이모티콘도 충분히 가능하기에 왓O앱, 카OO톡 등이 너무 사용하기에

좋았다.

내 손은 입보다 빨랐으니까...


업무에 있어 기본적인 영어작문과 소통능력은 필수다. 업무 대상 파트너들이 베트남 공안부에서

영어를 매우 잘하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영어가 유창하진 않더라도 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업무를

처리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 재외공관, 경찰협력관의 역할과 그 일상은?   

  

경찰협력관은 우리 경찰청과 주재국 경찰 기관과 보이스피싱 등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견되는 만큼 국제성 범죄 관련 업무에 집중된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경찰주재관의 업무인 사건사고 영사업무를 지원하기도 한다.

사건사고 영사의 업무 범위는 매우 넓다. 타부처에서 파견된 주재관들도 한 목소리로 공감하는 사항이다.

사건사고 영사는 우리나라에서 112지령실, 지역경찰, 본서 업무처리 담당부서(수사, 형사, 여청, 교통) 업무를 모두 혼자 처리한다고 보면 된다. 민원 접수·상담부터 시작하여, 필요한 경우 현장 출동을 해야 하고, 사건을 처리하면서 진행 사항 안내, 처리결과 통지, 사후 모니터링 등을 처리하며, 행정직원 한 명과 함께 주재국의 교민 보호, 경찰협력 업무 등을 커버한다. 때문에 꾸준한 업무관리와 꼼꼼한 업무처리 역량이 요구된다.


국내에서는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사건도 외국에서는 상황에 따라 몇일씩 소요되는 경우도 많았다.

사건사고 영사의 업무가 매우 과중하다고 느껴졌으며, 업무에 대하여는 항시 긴장의 끈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에피소드 : “접경지역 억류된 우리 특별입국 교민을 입경시켜라


베트남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통장 만들기, 비자 발급받기였고, 그다음이 차량 임차였다.

차량을 임차해서 기사를 고용하여 한 달 정도 지리를 익힌 후에 필요시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베트남 운전면허증도 발급받았다.

하노이는 교통체증이 심각해서 상당한 운전기술과 주의가 요구된다. 주말에는 임차한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가까운 주변을 여행했는데,

매우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21년 7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는 베트남의 코로나 봉쇄 수준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고,

베트남 정부 당국은 매일 새로운 내용의 방역수칙을 발표하고 있었으며, 베트남으로의 입국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베트남 대사관에서 사건사고 업무를 담당하면서 야간이나 주말에는 항시 대기 모드로 긴장하며 더욱더 휴대전화에 신경을 썼다.


역시나 사건은 제일 취약한 시간에 발생하는 것 같다. 연휴기간 중이었던 9월 초 토요일 20시경 정도로 기억된다.

“하노이 외곽 인근 꽝닌성으로 입국하여 2주 격리를 마친 특별입국 교민 30여 명을 태운 버스가 하노이 시내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접경지 보건당국에 의해 5시간째 억류 중이다”는 총영사님의 연락을 받았다.


토요일 저녁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그 연락을 받고, 특별입국 인솔자에게 연락해 억류 지역을 확인해 보니, 하노이 시내에서 차량으로 1시간 30분 정도를 가야 하는 지역이었다. 우선은 급한 마음에 전화로 해결해 보고자 행정직원을 통해 수 차례 당국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직접 가지 않고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현장에 출동해야 하는 상황인데 문제는 당시 통제가 너무 엄격해서 통행증 등이 없으면 차량 운행을 할 수가 없었고, 고용한 운전기사도 연휴라 여행을 떠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행정직원과 함께 위치를 확인해가면서 직접 차량을 운전했다.


이때가 지도에 관심이 많았던 어렸을 적 취미가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첫 고속도로 운전이라 많이 긴장했고 2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정확한 위치를 설명받지 못해 구글 지도와 GPS 위치 등을 확인해가며 찾아가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검문소 등에서의 문제 등을 해결하고 23시경에 사고 지역에 어렵게 어렵게 도착하였다.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 입국 교민들은 내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까지 이미 10시간 가까이 고속도로 톨게이에서 대기 중인 상태로 매우 피로해 보였다. 보건 당국자, 공안들은 검역 부스 등을 차려 놓고 대치하면서도 중간중간 당일 베트남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일단 우리 교민들에게 문제를 확인 중에 있으니 최대한 빨리 협의하여 사안을 해결해 보겠노라 안심시켜드렸다.

전말을 확인해보니 하루 전에 하노이시의 행정 공문이 변경되었고, 공안들은 사전에 입경 허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입경이 안된다는 공문 만을 펼쳐 보이며 되돌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당 공문의 내용은 의료상 문제없음을 신고하는 내용이 주 내용이고, 심사 후 허가 공문을 받고 나서 입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전일 개정된 것으로 교민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었다.


보건당국의 입장을 존중하며 교민들의 억울한 상황과 입경이 필요한 이유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지금이라도 건강설문지를 직접 작성하겠다고 협의하여 결국 새벽 2시가 넘어서 영사 보증 조건으로 우리 교민들을 태운 버스는 무사히 하노이로 들어올 수 있었다.

더운 날씨에 톨게이트에서 3시간 넘게 보건당국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해가며 오로지 교민들을 입경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아주 열심히 떠들어서인지 매우 피곤하였음에도 결과가 좋아 돌아오는 길은 마음이 가벼웠다.


그렇지만 그다음 날 오전에 국내 언론에서 베트남의 막무가내식 행정으로 교민들을 고속도로에 감금시켰다는 보도가 나와서 또 한 번 진상보고를 해야 했던 기억이 남는다.  

   

현재 나는 필리핀 세부지역 코리안데스크담당관으로 파견을 나왔다.

오랜 꿈이 결국 이루어진 것이다.

파견 유형은 달라졌지만 경찰 주재관, 코리안데스크담당관 또는 경찰협력관 등 해외에 파견되는 우리 경찰관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재외국민의 안전 확보와 주재국 경찰과의 국제공조를 통한 국제성 범죄 척결을

위해 불철주야 발로 뛰며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 現)필리핀 세부 코리안데스크 담당관,

  2003년 경찰 입직, 서울강서경찰서 형사팀장,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디지털포렌식센터, 인천청 수사2계,

 인천서부경찰서 경제팀장, 주베트남대사관 경찰협력관(2021) 등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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