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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찰청 Oct 20. 2022

# 10. 경찰주재관과 베트남 공안의  환상 케미

前)주호치민총영사관 경찰주재관 경정 천현길*

파타야 살인사건 주범 김○진 검거 스토리  


"아이 씨X!! 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냐고!!" (펑)

베트남 공안부 공안들에게 둘러싸인 파타야 프로그래머 살인사건 주범인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김○진(33세)은 일회용 가스라이터를 바닥에 던져 터뜨리며 난동을 피웠다.

그러나... 끝내 김○진은 그렇게 베트남 공안에 검거되었다.   

  


    

Ⅰ. 파타야에서의 살인... 그리고 호찌민으로의 도주

Ⅱ. 경찰청으로부터 유력한 제보 접수

Ⅲ. 공안 출동을 위한 설득

Ⅳ. 공조수사 착수 후 24시간 내 이레적 검거

Ⅴ. 영사면담과 강제송환, 그 이후...



. 파타야에서의 살인... 그리고 호찌민으로의 도주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행동대원 김○진은 2015년 11월 21일 태국 파타야에서 자신이 고용한 불법 도박 사이트 개발자 임 씨(24세)를 공범 윤 씨(34세)와 함께 잔인하게 살해하였다.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가 프로그램 개발자인 임 씨의 머리 등 온몸을 둔기로 내리쳐 뇌부종 등으로 사망케 하고, 파타야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리조트 주차장에 시신이 있는 차량을 유기하고 도주한 것이다.

윤 씨는 범행 직후 태국 경찰에 자수하여 수감되었으나, 김○진은 베트남 호치민으로 도주하였다.     


그 후 소재 불명되었다가 2017년 7월 22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공개 수배된 이후 중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호치민 한국인 밀집 거주지역인 푸미흥에서 봤다는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되었다.     


경찰청에서는 은신처에 대한 10여 건의 첩보를 입수하여 신빙성 여부를 분석하였고, 호치민의 한 호텔 카지노에 출입한다는 첩보에 따라 현지 출장까지 와서 공안들과 공조수사를 하여 호텔을 급습하기도 하는 등 추적하였으나, 신출귀몰한 김○진은 경찰의 추적을 번번이 따돌리곤 했다.     

나 또한 김○진의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하여 자수를 권유하기도 하였으나, 김○진은 시간을 달라며 자수를 거부하였고, 경찰청과 교민들로부터 다수의 첩보를 입수하여 적색수배자 추적 전담부서인 공안부 범죄추적국(C52국)에 소재 파악 및 검거를 의뢰하곤 했으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특정 식당에 왕래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목격자의 진술 외에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 경찰청으로부터 유력한 첩보 접수 

    

그렇게 추적에 지지부진하던 2018년 3월 12일 13시 30분경, 한국인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입원 중이라는 신고를 받고 조력을 위해 병원으로 출동하던 승합차 안.

경찰청 외사수사계 베트남 담당 서 경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 천 주재관님, 잘 지내시지요? 김○진 관련, 이번엔 유의미한 첩보 같습니다.

- 김○진이 베트남 중부 지역의 한 한국식당에 은신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관련 자료는 sns로 보내드릴게요.     

첩보 보고서와 사진이 전송되어 왔다.

첩보 내용도 베트남에서 충분히 은신 가능한 장소를 지목하고 있었고, 김○진을 촬영한 사진 또한 더더욱 신빙성이 있었다.     

교통사고 피해자에 대해 교통사고 처리 절차, 보험처리 여부 설명 등 초동 조치는 된 상황이라 추후 방문하기로 양해를 구했다.     


공안부로 차를 돌리며 C52국에 연락을 했다..

영사기관의 공식 방문임에도 김○진 검거 관련 공조수사 협의 차 들른다고 하니 레터 등 공식 방문 절차 없이 흔쾌히 오라고 한다.     

이는 오랜 강력팀 형사 근무 경험에서 우러난 파견 직후 터득한 노하우 덕분이었다.     

베트남 공안들과 평소 인터폴 적색수배자의 동향 정보 교환, 검거 및 강제송환 관련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국 경찰의 추적기법, 인권보호 시책 등을 어필하며 엄정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그들 또한 우리 형사들처럼 술로 하나 되는 문화가 있어 술자리에서는 평소 정년 얼마 안 남으신 꾸에(Que) 팀장께는 큰 형님이라 부르고, 한국과 교류를 담당하는 공안부 대외국 담당자에게는 동생이라 부르며 끈끈한 네트워크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 공안 출동을 위한 설득     


상황이 상황인 지라 공안부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꾸에 팀장과 담당 쯩(truong) 대위 등 수사팀원들에게 본론부터 이야기했다.     

- 상황이 긴급하고, 신빙성이 있는 제보다.

- (사진을 보여주며) 현재 김○진의 모습은 이렇고, 신원확인을 거부할 경우,

확인은 양팔에 있는 특이한 문신으로 하고,

-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검거 시 유의사항 등을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경찰청과 조율을 하며 검거할 경우 인센티브도 덧붙였다.

- 베트남 공안부 차관이 곧 한국 경찰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검거하면 차관님께 C02국의 활약상을 칭송하여 수사팀에 큰 포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경찰청 차원에서도 수사팀에 포상을 추진하겠다.

- 그러니 신속하게 검거를 해달라.     

이러한 나의 설득에 진정성이 느껴졌는지 그 느린 베트남 행정 절차임에도 금세 상부의 출장 승인을 득하고 그날 저녁 호치민에서 320km 떨어진 은신처로 출동을 하여 7시간 여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 공조수사 착수 후 이례적 24시간 내 검거     


현장에 도착하여 잠복과 탐문 수사 등을 벌여 김○진의 소재를 확인한 다음 날 오후 1시...

첩보에서 적시된 한국식당에서 김○진을 체포하였다.     

김○진은 조직폭력배답게(?) 담배를 왜 못 피우게 하느냐며 1회용 가스라이터를 바닥에 집어던져 터뜨리는 등 체포를 완강히 거부하며 난동을 피웠다.

대화로 설득이 되지 않자, 쯩 대위는 나에게 연락을 하여 체포 사실을 알리며 설득을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김○진을 바꾸어 달라고 했다.

- 김○진 씨, 저 한국에서 파견된 천현길 경찰주재관이에요. 파타야에서 한국인 살해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가 되어 체포된 상황이고요. 어차피 조사는 한국에서 받게 될 터이니 안심하시고, 공안에게 협조하세요.

- 호치민에 도착하면 제가 내일 영사 면담을 갈 테니 호치민에서 봅시다라고 김○진을 안심시켰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반항 일색이던 김○진은

그때부터 협조를 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규정 상 우리의 호송차 같은 철창살이 쳐 있는 차로 호송을 하여야 하나, 얌전해진(?) 김○진을 인권 보호 차원에서 일반 승용차로 호송해 호치민까지 왔다고 한다.     

이로써 한국 경찰청의 제보, 경찰주재관과 베트남 공안의 유기적 공조 수사로 24시간 내에 신속히 살인 혐의 인터폴 적색수배자를 검거한 이례적인 사건이 되었다.     

     

. 영사면담과 강제송환, 그 이후...   

  

다음 날 공안부 C52국 조사실에 대기 중인 김○진을 찾아가 영사면담을 했다.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어제 통화한 천 영사임을 밝히며 조사 협조 의사를 확인하자 최대한 협조한다고 한다.     

한 손에 수갑을 차고 의자에 묶여 있었는데,

쯩 대위에게 조사에 협조하기로 했으니 수갑도 풀어 주고 담배도 좀 피우게 해 달라고 하니,

흔쾌히 해주겠다고 한다.     


담배 한 대 피운 후에 영사면담의 주 목적인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고, 추후 강제송환 절차 등을 설명했다.

그리고 경찰과 조폭... 우리들만의 대화 방식(?)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 빵 갔다 온 적 있어요? (구속된 적이 있는지?)

- 얼마나 살았어요? (수감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 어디 식구예요? (무슨 파 조직폭력배인지?)

- 어디서 달렸어요? (어느 경찰서에서 검거되었는지?)

- 4조로 달린 거예요? (폭처법 제4조 범죄단체조직죄로 검거된 건지?)... 등등     

김○진에 따르면, SBS 그알 방송에서는 많은 부분이 왜곡되고 부풀려졌다고 한다.

자기도 피해자를 때리기는 하였으나, 주범은 윤 씨라고 범행을 부인하였다.


도주 과정에서는 중국 국경 인근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중국으로 도피한 것처럼 위장했고, 유리한 녹음 등 증거를 파일로 저장도 해

놓았다고 했다.

나는 그러한 증거가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니 잘 보관하라고 조언해 주고, 향후 수사 진행 절차 등에 대해 부연 설명을 해 주고는 사무실을 나섰다.     

검거 3주 후인 4월 6일 김○진은 한국으로 강제 송환되었다.     

그 후, 2021년 2월 8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김○진은 주범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였으나, 법원은 김○진을 살인 및 사체유기의 주범으로 보고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머나먼 타국에서 유명을 달리한 임 씨의 명복을 빈다.




* 現)서울중랑경찰서 형사2과장

  1997년 경찰 입직,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팀장, 서울서초경찰서 강력팀장,

서울강남경찰서 경제범죄수사1과장, 주호치민총영사관 경찰영사(2015~2019)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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