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현재 수도와 중세수도
스페인!
나를 처음 유럽에 같지 가자고 했던 그 여행고수 언니가 여행 파트너로 네가 맘에 든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내가 한국에선 까칠해도 여행 가서는 무척 착해지는 장점이 있다.
여행을 같이 가 보면 그 사람의 본성이 다 드러난다.
체력이 많이 떨어지고 낯선 곳에서의 당황스러움들이 있기에 친구들끼리 가면 많이 싸운다고들 하는데
나는 국내 제주도 정도도 친한 친구들과 가 보고 다름에 많이 놀랐다.
여행의 취향과 체력의 차이인데 이 언니와 나는 체력도 저질인 데다 천천히 자기 좋아하는 것만 보는 점이 닮았다.
굳이 같이 안 다녀도 되고 내가 여행을 구글과 같이 하게 되면서 영어가 그다지 필요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쇼핑을 좋아하는 사람,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같이 다닐 수가 없는 것이므로
젊은 사람들의 인터넷 카페에 동행 구해요...라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방을 같이 쓰면서 안전함도 느끼고 의지도 되는 그런 여행이 이해가 된다.
스페인 일정의 반은 따로 다니고 저녁은 같이 만나서 먹는 재밌는 여행이 되었다.
마드리드에서의 에피소드는 정말 놀랄만한 일이었다.
유명한 중세도시 <톨레도> 가는 마드리드 기차역에서 표 사려고 줄 서있는데 우리 차례 바로 앞에서 티켓 부스 직원 여자가 저쪽 경비원과 스페인어로 뭐라 뭐라 시끄럽게 떠들더니 갑자기 자기 핸드백을 가지고 자기만 뛰어 나간다.
저 여자 왜 저래? 당황하고 있는데 방송으로 사이렌이 울리더니 다 나가라고 난리를 친다.
공포스러움을 느끼면서 우르르 길 건너로 나갔다.
폭탄 터지면 더 멀리 가야지 왜 길 건너 카페로 다들 들어가는 건지...
나중에 알고 보니 폭탄모양의 벨트장식이 기차 검색대에서 발견되어 비상이 난 것이란다.
예전 2004년에 마드리드 테러 사건으로 큰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911 테러 난 날로부터 911일 지난 시점이라고 백과가 말해준다.
죄 없는 사람과 관광객 수백 명이 사망했다는데...
이런 일을 자행하는 것들은 다 코로나로 다 죽었어야 하는데...
더 놀라운 사실은 역 근처 카페에 들어갔는데 아까 우리를 두고 도망간 그 매표소 여자가 동료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당최 책임감은 어디 간 거임? 어떻게 손님들을 놔두고 한마디 대피 조언도 없이 자기들만 도망가는 거지? 너무 기가 막혔다.
심장 떨리는 그 와 중에 초코에 찍어먹는 추로스는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기차가 정상화되기엔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현지 스페인 여행사는 갑자기 대목을 맞아서 버스가 만석! 톨레도에 데려다주었다.
가이드가 스페인어와 영어로 진행하니까 귀 닫고 그냥 비 오는 날 창밖을 보며 참 드라마틱한 시작이구나 정신이 혼미했다.
1년 전 프라하에서도 화재경보가 울려서 이비스 호텔에서 밤에 뛰어 나간 적이 있었다.
누군가 고기를 구웠다나? 한국 사람의 삼겹살이 아니길 기도해 본 기억이 난다.
같이 동행한 언니는 여행하면서 이런 일은 없었다고 한다.
난 신발만 겨우 신고 뛰 오나 왔는데 그 와중에 여권과 지갑을 챙겨 나오는 그 언니를 보면서 역시 여행 고수구나 감탄했다.
난 위험을 안고 사는 여자인가? 첫 유럽 프라하에서 수명 줄었던 일이 기억나며 이번 마드리드 기차역에서의 사건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이벤트이다.
김영하 작가가 그랬던가?
여행에서 길을 잃어야 그 여행이 기억난다고?
트래블이라는 단어 자체가 트러블이라고...
그래서 아직도 생생한 프라하 이비스 호텔과 마드리드 기차역이 심장 떨리는 이유가 된다.
톨레도를 도착해서 톨레도의 유명한 고성이자 호텔 파라도르(parador de toledo)에서
기차 테러 이슈 때문인지 생각보다 손님이 없어서 한가하게 점심을 먹었다.
고급이지만 비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와인도 무제한인 코스를 먹고 중세도시를 구경하고 돌아본다.
나중에 또 스페인을 갈 기회가 있다면 스페인 전역의 파라도르 호텔들에서 꼭 1박을 해보고 싶다.
스페인 정부에서 에서 운영하는 최고의 뷰 고성 호텔이라니.. 참 맘에 든다.
이런 아름다운 중세도시에 아직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니... 부럽네.
떠날 시간에 버스로 모여야 하기에 넓은 도시를 잠깐 보고 아쉽게 마드리드로 다시 돌아왔다.
시장도 구경하며 샹그리아도 맛보고 올리브도 몇 알 사보았다.
다들 서서 와인을 마시며 있는 수다 떠는 모습이 신기하다.
다리가 튼튼 한가보다.
다음 날 프라도 미술관 보기 전에 입구에서 사고 싶은 기념품을 보았는데.... 오픈 전이었다.
프라도는 촬영이 금지였어서 사진이 없으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피카소의 게르니카만 빼고...
실제로 보니 게르니카보다는 벨라스케스의 그림에 압도당했다.
근대 화가들은 역시 중세 화가들의 에너지를 넘어설 수가 없어서 추상이 발전했나 보다.
기차 시간에 쫓겨 결국 그 멋진 기념품은 못 사고 온 아쉬움.... 그림과 조각의 절묘한 피규어였는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