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내가 내 키만한 허물을 벗어 놓은 곤충의 빈껍데기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알멩이는 어디 저 딴데 있고
그저 속이 훤히 비치는 말라빠진 껍데기 같을 때가...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부서지고 바람만 불어도 힘없이 구르다 멈추는
벗겨진 껍데기는 사실은 내가 아닌건데 쓸모가 없어서 벗겨진 건데말이다.
모든 인간이 가진 집착과 욕심은 껍데기가 되어 벗겨져야 한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값어치없는 온갖 욕망들을 벗어 놓고도 부수지 못하고 멀리서 쳐다보고 있는게 나 인것 같았다.
나는 나를 항상 통제했으며 안전한 나를 원했었다. 재미없었던 나의 30대 정도였던것 같다. 아이를 낳아 기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의 교육을 위해 나도 그렇게 산것 같다. 아이가 조금 크고 이제 아줌마 목소리가 굵어지고 팔뚝도 굵어지고할 무렵에는 그런생각에 반감이 생겼고 '왜 무엇때문에 나는 항상 양보하고 친절하고 행복해하며 나를 가꿔야 하며 모범택시가 되어야 하지? ' 하는 화두를 가지게 되었고 얼마가지 않아서 그 화두의 정답을 나 나름대로 내렸었다. '이렇게 살지 않아도 돼. 넌 그냥 그대로 멋있어. 조심하지 않아도 되고 예쁘게 해놓고 살지 않아도 돼. 빨리 안해도 되고 나중에 해도 돼. 나보다 잘난사람 그리 많지 않아! 사람들은 나만큼도 못해...'라며 조금은 자만스러운 사람편에서 살게 된것 같다.
그러면서도 사소한 나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그것은 직문직답의 형식으로 나와의 대화로 변해갔다. 그러다 심심해하는 남편한테도 자문을 구하기도 했는데 같이 사는 동반자이자 불교신자이자 애국자이자 용감한 UDT남편한테 나는... 이게 이런거 같은데말야 당신생각은 어때? 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짧게... "마음수양을 더해" 라고 한다. 그럴때마다 드는 생각 ...나와의 전쟁이 이제 얼마전에 끝나서 경제회복중인데 30년이어온 남편과의 전쟁은 진짜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끝나지도 않는다. 그럴땐 철학이고 자아성찰을 떠나서 생활인 팔뚝굵은 아줌마 모드로 바로 돌아와버리는 나도 신기하다.그동안의 온갖 인생에 대한 고상한 성찰은 "개나 줘버려 ! 모드로 전환되고 "자기나 수양을 더해! 그렇게 말하는 자만심을 버려야 해 !당신두!" 라고 하면서 얼마전에 버린 나의 자만을 잠깐 또 소환한다.
이래서 성인들이 깊은 산에서 혼자 수양을 하는가 보다. 뭔가 깨달을만 하면 옆에서 아궁이에 불을 피우니 진득허니 깊게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왜 부부는 깊은 성찰은 못하고 사는 것일까. 남편은 불교에 심취하여 모든 인간이 하찮은 중생이며 깨달아야 할것이 많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근데 난 왜 그가 한 이말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고 싶은지 모르겠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나와의 싸움 나늘 의심하고 찾아야하는 나와의 전쟁은 내가 생각이라는 것을 인지한때부터 시작한것 같다. 인생이라는 것이 선택의 연속이고 죽을 때까지도 연명치료거부라는 선택을 하거나 저기 멀리 유럽의 어느 나라에 가서 안락사를 선택하고 죽는 사람들이있는걸 보면 그 말은 맞는것 같다. 선택없이는 주장이 없으니까..
무엇을 위해서 나 자신에게 엄해야 되는 건지 어느날 의심이 들었었다. 그렇게 엄해도 내가 막 유명한 인사가 되어있는것도 아니고 진짜 평범한 주부이고 몇가지일을 하는 정도 밖에는 되어있지 않은 것. 이 증거로 나는 사회적으로 볼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 반대로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해보니 삶이 훨씬 더 살만해졌었다. 두려운것도 없어지고... 나이가 들어가는 거라고 우리 남편은 말해주지만 이상하게 남편의 말은 책에 써있는 한문장의 글보다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내가 가진 몇가지안되는 불치병중의 하나라는것두 일찌감치 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라는 사람을 신뢰하고 더이상의 의심은 없으며 항상 내가주체인 사고의식에 따르고 더 이상 전쟁을 안하기로 했다. 짝꿍옆에서 주워들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믿기로 하면서
그렇게 이번엔 세상과의 전쟁속으로 독한 싸움꾼으로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완전한 대한민국의 아줌마 모드 그 자체인것이다. 존경스러운 우리 아줌마들의 마인드, 진짜 러블리하고 매력있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역지사지가 뭐야? 절대 없고 !독야청청만 있는것 같아보여도 속은 한없이 여릴 때도 많고 생활상식까지 많아서 누가 말해주기 전에 이미 다 알고 있고 재테크 잘해서 번듯한 아파트에 살고 모두 나만큼 고뇌하고 자기자신과의 전쟁이 아닌 세상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이라고 믿는다. 고로 나는 뭐다? 의심의 여지가 없이 완벽한 그 자체가 존엄스러운 퍼펙녀 라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