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ADHD라고요?

인생 패치 프롤로그 시작 + 약 복용 1일 차

by 채뭉글

때는 바야흐로 약 3주 전, 대학교 2학년 1학기 생활 내내 시끄러운 머릿속으로 반쯤 정신을 빼놓고 다녔던 나는 생각했다.


이 정도면 정말 ADHD 가 아닐까?

그렇게 6월 중순, 종강을 하고 지하철 역에서 만난 엄마를 보자마자 말했다.


엄마, 나 ADHD 검사받아볼까 봐


ADHD에 대한 정보가 없던 엄마는 그게 뭐냐고 다시 되물었다.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ADHD)는 지속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하여 산만하고 과다활동, 충동성을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나는 인터넷에 올라온 ADHD 자가 검사를 하면 대체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단계가 나왔던 사람이다. 그럼 여기서 보통 사람과 ADHD는 어떻게 다른데?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다.


ADHD 호소인이었을 적 내가 친구들에게 설명하는 ADHD는 사진 한 장으로 표현하면 이러했다.

엄청나게 많은 창이 동기다발적으로 머릿속에서 켜져 있는데, 나는 그 모든 창을 하나하나 다 확인하고 있다. 각각 보는 것이 아닌, 한꺼번에.


친구들은 내 말을 듣고 물었다.

그게 가능하냐고.


나는 몰랐다.

그건 원래 안 되는 것이라는 걸.


사실상 감각적으로 워낙 예민한 사람이라 그전까지 내가? 에이 설마... 하고 ADHD를 아예 배제하고 살고 있었는데, 설마가 사람을 잡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던 건 바로 직전학기에서였다.


소리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시각적 반응이 남들보다 빠르게 다가오는 나는 사람 많은 대형 강의실에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해도 기가 빨렸다. 그냥 앉아서 멍 때리고 나오기만 해도 기숙사에 들어가면 잠을 자야 했다.


온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껴도 미세하게 흘러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감아버렸다. 나는 세상 모두가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나의 세상은 항상 시끄러웠으니.


다른 일화도 있다.


기숙사 룸메이트의 책상은 항상 멀끔한데 내 책상 위에는 항상 물건이 많았다. 더러우면 치우면 되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는 매일 치웠다. 정말. 매일매일.


왜 정리가 안될까.


그래도 나는 무질서 사이에서 매번 물건은 잘 찾는다. 뭐.. 그거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스스로 ADHD 호소인이 되기 시작한 건 사실 내가 너무 힘들어서였다. 이미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등.. 화려한(?) 전적을 보유하고 있던 나에게 병명이 정확히 정해진다는 건 불안 요소를 하나 제거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에 차라리 ADHD 이기를 바랐다. 병명이 나오면 약이 있을 테니까. 그전에 앓았던 마음의 감기들도 약을 먹고 나았으니까.


오죽했으면 옆에서 지켜보던 남자친구가

여보는 ADHD일 거야라고 말해주기까지 했다.


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엄마의 대답은

그럼 한 번 알아보자,
네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저번에도 약의 도움을 잘 받았으니까.


정신과에 대한 반감이 크지 않은 집에서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속으로 외치진 않았지만 한편으론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딸이 자꾸 약을 먹어서 말이다.


어쨌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눈 게 6월 중순이었고, 나는 7월 2일에 검사를 받았다. 아, 검사받기 전 2년 만에 다니던 정신과를 갔다. 나의 마음이 요동치던 게 열아홉이었으니.


2년 만에 만난 선생님을 보자마자 내가 뱉었던 말은


저 ADHD 검사를 받고 싶어요.



였다. 2년 만에 다시 온 환자가 얼굴을 보자마자 하는 말이 저 말이라니. 선생님의 당황스러움은 정말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다.ㅋㅋㅋㅋ


선생님은 그동안 잘 지냈냐고 특별한 일 없었냐고 물었다. 나의 상담은 항상 그렇게 시작됐다. 전보단 훨씬 좋아졌다는 나의 말을 듣고 난 후 선생님의 말씀은 어떻게 보면 충격이었다.


한동안 이 집중력 장애가 유행하면서 정작 진짜 검사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안 오고 안 받아도 될 사람들이 자꾸 와. 자기를 보고 하는 말은 아니야. 어떻게 보면 자기는 잘 왔어. 2년 전에도 좀 보이기도 했고 HHL 도 좀 있어서.


네??

제가요???


한동안 ADHD가 유행을 탔을 때, 온 세상 사람들이 ADHD를 호소했다고.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그때쯤 인⭐️에 ADHD 짤이 정말 많이 돌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으니.


아무튼 선생님은 날 보고 검사를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HHL은 지나가듯 말씀하셨는데 궁금해서 집에 와서 찾아봤다.

HHL : TCI 기질 검사 유형중 하나
높은 자극 추구, 낮은 위험 회피, 낮은 사회적 민감성, 폭발적인(explosive) 경계선(borderline)

자료를 추합 하면 얼추 이러한 느낌이다.


해석하자면


폭발적인, 신경증과 정신증의 경계에 있는,
때때로 스트레스가 심하면
정신증이 나타날 수도 있는 기질
감수성이 풍부하고 열정적, 자유분방,
감정 변화가 크고 대상에 대한 호불호가 크다
임기응변을 잘하고
남들이 주저하는 일에 대담하게 나서기도 함,
충동적이고 즉흥적, 성급함, 강렬한 감정
다른 사람 감정에 세심하지 못함,
애정과 분노가 섞인 모습


읽어보고 놀랐다. 이거 그냥 나잖아..?

한때 mbti 광신도였던 사람으로서 이런 검사류는 정말 재밌는 것 같다.


7월 2일에 받은 ADHD 검사에 대한 부분은 다음에 좀 더 다뤄보도록 하겠다. 오늘은 꼭 적고 싶은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우선 결과적으로 나는 ADHD 심각 수준은 아니지만 약물 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약을 7일 치 받아왔다.


원래는 잘 알려진 ADHD 치료제인 콘서타를 쓰려고 했는데, 선생님 왈 전 세계적으로 콘서타가 거의 없어서 비슷한 류의 약으로 대체해서 쓰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받은 약은 메디키넷 10mg이다.

사진으로 봤을 때 왼쪽에서 두 번째에 위치한 약인데 색깔은 정말 예쁘다. (여태 먹었던 약 중에 제일 예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요즘 거의 불면이라 5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과일을 먹고 11시 정도에 첫 약을 복용했다.


지금은 약을 먹은 지 대략 4시간 정도 지난 3시 30분쯤인데, 지금까지 겪었던 부작용?이나 변화는 이러하다.


1. 뭔가 모르게 머리에 안개 낀 느낌 (+ 두통)

2. 스스로 되게 차분해진 기분

3. 이어폰을 끼지 않고 사람이 많은 실내에 있어도 생각보다 조용함

4. 간혹 어지러움


의사 말에는 힘이 있는 건지 내가 약효가 세다고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다른 느낌이 들기는 한다.


앞으로 복용일지를 적어보려고 한다.

약 복용 이후 스스로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ADHD 호전에 꽤 큰 역할을 한다고 하니까!


스물한 살이 적어 내려가는 ADHD 약 복용일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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