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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유우 Oct 06. 2022

예민 소심 보스 생존기

예민하고 소심해질 때 꺼내보는 가이드북

예민하다, 소심하다, 라는 말들은 제 삶의 일부입니다.

그 역사는 아기 때부터 잘 울지 않고 조용했다는 증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때부터 만들어진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살아 있는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 때조차 삶이 버겁고 모든 일이 공포의 연속이었습니다. 초등학생 때 햇빛 실험 같은 걸 하려고 반 전체가 옥상에 올라갔었는데요. 옥상에서 떨어지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을 정도였어요. 반복된 불행의 시작은 여기부터인 것 같군요. 밥을 항상 혼자 먹었던 기억도 나요. 중학교 때는 학년을 마치며 롤링페이퍼를 썼었는데, 거기에 남겨진 '님 누군지 모름ㅋㅋ' 이라는 멘트도 아직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이처럼 남들은 학창시절만큼 즐거운 게 없다고 하지만, 저는 모든 일들에 뭉크의 절규처럼 속으로 절규만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냥 인생 자체가 즐거울 일이 없어서 학창시절도 그냥 잊혀진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하도 소심하고 예민하니까 모두들 저를 딱히 좋아하지 않았아요. 과거 얘기는 아무리 해도 득될게 없으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이십대 중반이 넘은 지금은 정말로, 정말 벗어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늘 관성적으로 예민해지고 소심해지곤 합니다. 돌에 걸려 넘어져 상처가 나도 다 내 탓이라고 생각했죠.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고, 벗어날 수 없게 만든 신을 탓하기도 했습니다. 예민이 극에 달하면 사람들의 한마디, 행동 하나 모든 게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하지?'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지.' '나를 싫어하는 게 분명해.' 이런 생각들에 잠식당해 잘 될 관계도 망가져버렸습니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었던 건 천성이 그런 탓이겠죠. (이렇게 또 자신을 탓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이십대 중반이 넘은 지금까지도 왜 이렇게 착하냐, 왜 이렇게 소심하냐, 너무 예민하게 산다, 생각을 줄여라, 이런 조언들을 끊임없이 듣고 삽니다. 제 불행이 반복되기에 같은 조언도 반복되는 것이겠죠. 이렇게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보다도 더 괴로운 건, 내가 나에게 하는 말들입니다. '나는 늘 불행하다.' '벗어날 수가 없다.' '모든 면에서 진짜 별로다 너는.'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듭니다. 지옥을 만든 것도 나인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나, 또 같은 지옥을 반복하는 것도 나였습니다. 답이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저는, 계속 살아가고 있습니다.


완전히 포기하고 숨어버릴 수 있겠지만, 저는 그냥 계속 부딪히고 있죠. 그게 정말 별거 아니고 초라할지라도, 일단은 작게나마 부딪히고 있어요. 얼마전에도 죽기 직전까지 갔었지만, 또 다시 기어 나왔어요 저는. 살만하냐고 물어보면, 여전히 불행하나 작년보다는 나은 것 같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 내년에는 또 더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불이 막 떨어지고 있는데, 내가 막 거기로 울면서 달려가는 기분이네요.


첫 글은 이렇게 저의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앞으로는 이 예민함과 소심함이 극에 달해 죽을 것 같을 때, 도움이 됐던 생각들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저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같은 불행이 반복되는 시점에 꺼내 보려고 해요. 약 먹지 말고, 글을 먹어봐요.


저처럼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예민보스, 소심보스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맘이 편해졌으면 좋겠어요.

같이 이 지옥에서 빠져나오고 싶습니다. 저 같은 애도 지금 살아있어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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