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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유우 Oct 06. 2022

우울하기까지 하다

예민하고 소심한데.. 우울하기까지. 그치만 우리도 희망이 있다.

예민하고 소심한 나를 견디는 일은 너무나 힘듭니다. 그런데다가 우울하기까지 하니까 정말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예민하거나 소심하다고 꼭 우울한 건 아닙니다. 한껏 예민해도 예민함을 이용해 충분히 분출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고, 소심하다기보단 조심성이 많은거라 잔잔한 이 삶이 난 오히려 좋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근데 저는 아쉽게도 아니었습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마음은 그대로였죠. 그저 모든 일상이 버거우니 우울해지는 건 당연한 순리였습니다. 게다가 이 우울함이란 거, 한번 빠지고나니 점점 더 깊게 빠져들더군요. 정신과 약도 많이 먹어보고 그랬는데 약으로는 치료도 안되고 의존만 하게 되어 더 불안하고 위태로운 형태로 자라났습니다. 내가 이렇게나 우울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 늪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제라도 빠져나오려고 개헤엄이라도 치고 있습니다만, 멀리 돌아와버린 느낌이거든요.

'난 예민하기도 하고, 소심하기도 한데, 그걸로 우울하진 않은데?' 이렇다면 그래도 안심입니다. 근데 저같은 사람은 예민하고 소심한 게 내 전부인 것만 같아 괴롭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도대체 어떤 개헤엄을 치는 걸까요 저는? 예민해져서 너무너무 우울해질때 어떻게 할까요. 사소하고 어이가 없는 방법들이지만요. 세가지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첫 번째! 출퇴근 길에 아무 생각 안하고 멍때리기. 포인트는 아무 생각 안하기 입니다. 따로 명상 하는 시간 내기 쉽지 않잖아요. 이건 일종의 자투리 명상입니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 분명 '오늘 하루 어떡하지, 오늘 하루 왜이러지.' 이런 생각이 날거에요. 이 생각을 이제 안하는거죠. 출퇴근길 사람들한테 치이는 거에 집중하지 말고 이곳이 내 명상 장소다, 암시를 걸어봐요. 예민해서 옷깃만 스쳐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거 누구보다 잘 알죠. 그럴때일수록 순간순간 그 감정들을 놓아줘야 합니다. 계속해서 놓아버리면 괴로움 속에서 자조적인 웃음이 나기도 해요. 자, 장소에 집중하고 과도한 생각을 차단해봅시다. 생각이 도저히 안없어지면 노래라도 들어보는거에요. 노래를 듣게 되면, 그냥 그 노래를 백퍼센트 즐기세요! 지나쳤던 가사를 곱씹어보고, 이 노래의 스토리 라인을 생각해보고, 뒤에 낮게 깔리는 베이스 소리에도 집중해봐요. 몰랐던 명곡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저는 이렇게 해서 꽂힌 노래들이 정말 많답니다.  출퇴근길을 이용해서 공부하고 그러는 것도 좋지만, 에이 너무 복잡해져요. 우선 지금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이잖아요.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과도하게 날 괴롭히는 생각들에서 벗어나봅시다.


두 번째! 어릴 때 순수한 마음으로 즐겨하던 취미를  다시 해보기. 살아갈수록 취미 같은 건 잊혀지기 쉽죠. 어릴 때 뭘 하고 놀았는지, 그냥 내가 그저 좋아서 한 일이 뭐가 있는지 생각해봐요. 저 같은 경우엔 아이돌 덕질을 오래 해왔었는데요. 제 앞가림 하기도 바빠져서 이젠 타인을 그토록 순진하게 사랑하기가 힘들더라구요. 어릴땐 참 순수하게도 좋아했던 게 계속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그나마 몇년전까지 관심을 가지던 그룹을 다시 찾아봤는데요. 그들은 여전히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이뤄내며 빛나있더군요.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 팬카페에 편지도 남겨보고, 근황도 서치해가며 찾아보고, 못들었던 신곡도 들어보니 재밌더라구요. 그냥 의도없이 순수하게 해봤어요. 이거 시간낭비는 아닌가, 이 나이에 이래도 되나, 뭐 이런 생각도 절대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순수하게 즐겼던 취미를 다시금 하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치유됩니다. 제가 겪었어요. 이 취미를 다시 찾아서 삶의 활력으로 만들 수도 있는거고, 즐겁기만 했던 기억이 날 다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답니다.


세 번째! 내 상황과 감정을 글로 써보며 이해하기. 알수없는 감정들에 휩싸일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저도 정말 괴로웠는데요. 그때 도움 됐던 게, 글로 써보는 것이었어요. 알 수 없다고 느낀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유를 붙여보는 거에요. 감정을 눈으로 보이게 만들고, 이런 감정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해줘요. 그 감정을 애써 거부하지 말아요. 거부하면 더 크게 되돌아온답니다. 이런 감정이었구나, 이 정도 이해로 충분해요. 그리고 나의 지금 상황을 써내려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격하게 남탓 내탓 우주 탓 하면서 글을 쓸 때가 있어요. 괜찮아요. 다만, 그 글을 쓰고 물 한 잔 마시고 노래 한 곡 듣고 와서 다시 봐봅시다. 그 글에 코멘트를 달아주세요. 저 같은 경우엔, '약간 과하게 생각하긴 했다. 이건 그냥 내가 넘겨짚은거 아닌가? 내가 특정 인물에게만 이렇게 반응하는 게 아닌가, 상대방은 아무 생각 없어 보여.' 등의 코멘트가 나왔어요. 상황에 집착하는 것을 버리는 훈련을 해보는 겁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분명 더 나아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로 여전히 제 앞가림도 버거워서 저 세가지를 주기적으로 하고 있답니다. 그냥, 같이 해봐요 우리.


다음 글은 본격적으로 한 챕터씩 제가 도움됐던 것들을 얘기해볼게요. 오늘의 맛보기 글, 어떠셨나요?

여러분, 우리 다 살아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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