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사람을 동경했다.
아침에 혼자 조조영화를 보러 가거나, 연극이 끝난 후 쏟아진 인파를 창밖으로 바라보며 식당 안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던 사람, 해변가에 이어폰을 꽂고 앉아 다가오는 일몰을 기다리던 사람, 그 사람이 듣고 있는 음악이, 낯익은 타인의 혼자 있는 뒷모습이 내가 놓치고 온 세계처럼 그냥
지나쳤을 그 자리에서 나를 계속 뒤돌아보게 했다. 그들 마음속에 담긴 그 풍경의 속도에
내 안의 어떤 도착이 내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들 옆에서 서성이는 무한한 인기척이 되고 있었다.
미지 같은 사람을 향한 호기심. 그것은 일상에서 겪어야 했던 나에 대한 모든 정의에 대한 반항에서 비롯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누군가에게 정의되기 전에 나라는 고정된 의미가 매 순간 휘발되기를 바랐다. 내 인상만으로 과거 그들이 경험했던 사람들과 비슷했던 사람으로
나 역시 그럴 것이라는 암시들 너머 자유롭게 존재하고 싶었다.
나는 무리 속에서 혼자 있는 사람이었다.
종종 술자리에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라는 말을 듣곤 했다. 내가 찾고 있는 의미가 그들과 나 사이에 놓인 친밀함으로 보상될 수 없다는 깨달음은 어느 순간 이러한 만남이 반복된 후 얻은 자각이었다. 내가 찾고 있는 것이 아닌 느낌들만이 채워져 갈 때 나는 무리 속에 혼자 있는 사람이었다. 고개를 들어 내 눈에 띄는 건 나와 같은 사람들을 향한 동경이었다.
<<인간 메커니즘>>이라는 책을 통해서 휴먼 디자인을 알게 되었다.
관계 사이에서 표류하는 나의 긴 여정들이 물음표가 되어 다다랐던 지평선 같았다.
충족되지 못하는 이 갈증들이 나를 어디로 떠미는 것일까, 라는 방황을 당분간은 그치게 될 것 같았다. 어찌 보면 나의 내면에 자리한 오래된 권태감은 내가 느껴야 했던 당연한 이유 었었다. 이유 없이 끌렸던 풍경들이란 건 처음부터 없었다. 그것은 이미 내 안에서 디자인된 세계의 한 형태였기 때문에 나는 잠시 그 세계를 껴안고 이 긴 물음들이 주는 길에 쉼표처럼 앉았다.
일몰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