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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원래 더운거야..

by Mindful Clara

7월 말… 정말 덥다. 몇 주간 방문했던 한국의 공기는 꿉꿉하고 무거웠다. 매일 가족들과 관광 모드로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목과 가슴, 머릿속, 등 할 것 없이 온몸에서 땀이 주르륵 흐른다. 한참을 걷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한다.

내가 사는 텍사스는 또 다르게 덥다. 한국보다 습도는 덜하지만, 뜨거운 열기에 피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마치 오븐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날씨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불평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
“이게 사람 살 수 있는 날씨야?”
“도대체 왜 이렇게 덥지?”
“어우, 짜증 나! 끈적거려!”
매일 그렇게 덥다 덥다 하며 여름을 버거워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요즘에는 받아들이는 중이다.


더우니까 여름이고, 여름이니까 더운 건 당연하다.


그 단순한 사실을 받아들이니, 덜 괴롭고 덜 짜증 난다.




한국 방문 중, 가족들과 여의도에 유람선을 타러 갔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날, 구름 한 점 없는 땡볕,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 그늘 하나 없는 강변. 전철에서 내려 배를 타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견딜 만했다. 여름 내내 달리기를 해왔기 때문일까? 땀을 뻘뻘 흘리며 땡볕 아래를 달리다 보면, 걷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된다. 조금 덥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예전처럼 버겁지는 않았다.

물론 아이들이 더워서 힘들어하는 건 여전히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나 스스로는 훨씬 편안했고, 다 같이 짜증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가족 간의 관계와 분위기에 큰 도움이 된다.


덥다고 짜증이 솟구치기보다는, ‘아, 여름이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늘 불평만 하던 내가 조금은 바뀐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다.

내 앞에 펼쳐진 환경을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 것. 삶의 다양한 부분에도 이런 마음가짐을 적용하면 참 유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여름은 원래 더운 거다.
그걸 인정하면, 여름도 나를 덜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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