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해답보다 중요한 것, 스스로 경험하고 배우는 힘

남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는 연습

by Mindful Clara

요즘 사람들은 모든 일에 너무 빠른 해결을 기대한다. 당장 눈앞에서 딱 맞는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운동에서 만큼은 그런 태도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2022년 1월, 미국에서 혼자 달리기를 시작했다. 주변에는 달리기에 대해 조언을 얻을 사람도 없었고, 운동에 관심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내 방식대로 시작했다. 집에 있던 운동화를 신고 나가서 뛰었다. 첫 10K 레이스에 참가했을 때는, 러닝 워치조차 없었다. 달리기는 그냥 ‘운동화 신고 뛰면 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조금씩 달리기 습관이 자리 잡히면서 적절한 운동복도 하나씩 사게 되고, Apple Watch도 구입하게 됐다.(나중에는 결국 Garmin으로..^^;) 내 발에 맞는 러닝화 사이즈도 알게 됐다.

필요한 정보는 러닝 전문가의 YouTube에서 얻었어가면서, 혼자 하프마라톤 & 마라톤 레이스 계획을 세웠다.나머지는 내 몸이 느끼는 대로 천천히 진행했다. 거리와 시간이 늘어날 때마다 몸 곳곳에서 불편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부상은 아니었다. 안 하던 일을 할 때 나타나는 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조금 쉬면 괜찮아지고 다시 달릴 수 있었다.


지난 4년을 돌아보면, 사실 거창한 일을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꽤 성실하게 잘 해왔다.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았고, 그들의 기준에 맞춰 내 몸을 혹사시키지도 않았다. 내 스케줄 안에서 내 몸의 반응에 집중하면서 꾸준히 이어왔다. 그 점은 정말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얼마 전에 한국 러닝 유튜버의 쇼츠를 보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5km 러닝은 건강에 좋다. 그런데 10km 이상 뛰는 사람 중에 어딘가 안 불편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모두 작은 치료라도 받으러 다닌다.”

정말 그럴 수가 있는가? 조금 놀라웠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한국은 작은 나라다. 달리기를 시작해도 대개 러닝크루/동호회에서 함께 시작하고, 여러 사람의 조언 속에서 유지해나간다. 자연스럽게 옆에서 들려오는 말도 많다고 한다.
-훈련은 이렇게 해야 한다. 이 신발이 좋다. 페이스는 이정도 뛰어줘야지. 이번에는 서브4 해야지. 1년 됐으니 마라톤 한번 뛰어야지. 등등-
그리고 경쟁의 나라답게 기록 경쟁도 만만치 않은 듯 하다. 사람을 그 사람의 기록으로 기억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 환경에서 내 몸의 소리를 듣고,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가는 게...과연 쉬운 일일까?


10km, 20km를 뛰면서 발목, 무릎 그리고 몸 여기저기가 계속 아프다면? 뭔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난 3년 가까이, 주말 장거리를 함께 뛰는 러너 친구들이 있다. 대부분 나보다 8~10살은 많은 50대이다. 정말 꾸준하게 잘 달린다. 일주일에 세네 번을 달리고, 나머지 날에는 가벼운 근력 운동을 챙긴다. 아픈 곳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다.


미국 레이스 현장에서 다리 테이핑을 하고 나오는 사람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일요일에 가끔 가는 러닝클럽에서도, 달리기 부상에 대한 얘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다. 모두가 다른 상황에 있기 때문에, 상대가 물어 보지 않는다면 일부러 제안이나 조언을 하지 않는다.


내 방식대로 나아가는 것, 그게 운동을 오랜시간 지속하는 데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내 감각은 남이 대신 느껴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경험은 결코 내 경험과 똑같을 수 없다.

그리고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


나는 본인 스스로 트레이닝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먼저 조언하지 않는다. 그 과정 자체를 겪어봐야 배우는 게 있기 때문이다. 괜히 남을 따라 하면 내 몸이 불편해지고, 결국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아직 편하게 장거리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여러가지 트레이닝 방법이나 카본 레이싱화를 추천하는 등의 일도 사실 위험한 것이다. 잘 했으면 하는 마음은 알지만, 때로는 그 사람이 스스로 경험하며 배우도록 내버려두는 게 훨씬 안전하다.


나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남의 이야기를 먼저 듣기 시작하면, 생각이 너무 복잡해지고 순서가 뒤집힌 느낌이 든다. 몸으로 배우기 전에 머리가 먼저 앞서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스스로 경험하고,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판단하자.
내가 어느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은 나뿐이다.
준비가 되는 시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속도는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건 누구도 대신 말해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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