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의 중요성
배구선수 김연경을 티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녀가 당시 활동했던 배구팀에서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이였는데, 그전에는 몰랐던 운동 선수에 대한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김연경 선수는 오전 연습 후 그리고 시합전에 꼭 낮잠을 잔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낮잠이란 직업 운동선수의 필수 루틴이었다.
내가 하는 취미 달리기와 프로 운동 선수들을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내가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운동에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는걸 이해하지 못했었다. 운동 선수는 처음부터 강한 체력을 타고 났을거라 추측했다. 하지만 그들도 사람인데 고강도 운동을 하면 반드시 휴식을 취하며 회복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게 바로 프로 선수들의 자기 관리이고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요즘에는 잠의 중요성에 대한 건강 콘텐츠가 많이 보이면서 수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불과 5-10년 전만해도 자는 시간 줄여서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어른이 8-9시간 수면을 한다고 말하면 살짝 게으른 느낌이고, 말할 것도 없이 어린 수험생들은 4-5시간의 수면으로 그 많은 공부를 해내야 한다고 강요되었다.
2022년 1월 인생에서 처음으로 달려보았다. 25분을 천천히 뛰었는데 그렇게 땀에 푹 젖을 정도의 운동은 난생 처음이었다. 힘들었지만 스스로 약속을 한 것이기에 이틀뒤에 또 30분을 뛰었다. 이틀뒤에 또 30분. 무릎에 염증이 생겼는지 무릎을 꿇고 앉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안쪽이 부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충분한 휴식없이 그 다음 날에는 10키로를 뛰었다. 큰 도로변을 뛰는 루트라서 신호등 스탑이 많았지만, 달리기 일주일차에 느리게 띄엄띄엄이라도 10키로를 뛴다는건 운동을 한번도 제대로 해본적 없는 나에게는 미친짓이었다.
다음날 무릎 염증은 더 심해졌는지 더이상 뛸 수 없었고 내몸은 땅으로 꺼질듯 피곤했다. 그후 3일동안 밤낮으로 잠을잤다.
몸의 전반적인 회복 그리고 근육의 회복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은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 하는 것이다. 깊은 수면 동안 우리의 몸은 성장 호르몬을 분비한다. (성장 호르몬은 아이들에게만 나오는게 아니다.) 그것은 몸의 세포를 회복시키고 근육을 성장 시킨다.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인슐린과 같은 몸에서 분비되는 모든 호르몬 조절에도 수면이 깊게 관여한다. 잠이 부족하면 살이 잘 찌는것도 호르몬 분비와 관련된 것이다.
수면은 면역력을 강화시켜서 몸이 감염과 염증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부상을 입었을때 잠을 충분히 자야하는 이유이다. 영양가를 골고루 갖춘 식사, 각종 수퍼푸드와 영양제가 몸의 활력과 에너지에 도움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잠이 모자란 상태에서는 신진대사와 영양소 흡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효과를 바라기 힘들다.
물론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처럼 나는 늘 낮잠을 자며 운동하고 있지는 않다. 어느정도의 운동량이 몸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이 왔을때 그것이 바로 체력이 조금 상승했다는 의미이다. 그 체력을 얻기 위해서 사람들은 힘든 시작을 참으며 운동을 시작하고 유지한다.
마라톤 트레이닝을 하고있는 요즘 나는 종종 피곤하다. 전체적으로는 체력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부담되는 아주 긴 장거리를 뛴 날에는 늘 낮잠을 잔다. 초반에는 그 상황이 너무나 우스웠다. '내가 뭐라고 낮잠까지 자면서 운동을 하지...?' 운동 후 더 잘 챙겨먹는 나를 보면서도 '뭐 그리 대단한 운동을 했다고 이렇게 잘먹어? 운동선수도 아니면서'....
가끔 달리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러닝 피드를 보면 어떤 이들은 장거리 달리기 이후에도 참 멀쩡해 보인다. 물론 경험이 많은 사람은 쌓아놓은 체력이 내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거의 피곤하지 않을 수도있다!!
그런 기본적으로 갖춰져있는 각자의 체력을 제하고, 다수 러너들의 일반적인 글을 보면 많은 내용들이 '20-30km 이상 러닝중 무보급 & 무급수, 독감에 걸려서 열나는데 훈련했다, 발목이 불편한데도 뛰었다'등등의 경험을 조금은 자랑스럽게(만족스러운 느낌으로) 쓰는일을 종종 보게된다. 물론 본인의 경험을 본인 피드에 쓰는거라 다른 사람이 관여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혹시 누군가가 그런 기록들을 보고, 그 사람들처럼 해야 더 강해진다고 생각 하거나, 그것이 강인한 정신력이라고 여기거나, 잠 다 자면서 먹을거 잘 먹고 뛰는 자신을 나태하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판단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요한 영양섭취를 하지 않고, 부상이 느껴지거나 몸이 아픈데 계속 뛰는 것은 현명하지 않고 근시안적인 행동이다.
지혜로운 운동인들은 본인의 몸을 잘 회복시키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안다.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남의 기준에 휩쓸리지 않는다. 프로 운동선수들 조차도 결국에는 본인의 상태를 잘 알고 끊임 없이 관리하는 이들이 롱런한다. 그 과정중에 충분한 수면이 넘버 원! 우선순위가 되어야한다.
*저 역시 때때로 욕심이 올라와서 불안한 마음에 제대로 휴식하지 않고 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좀더 나름의 기준을 찾고 잘 휴식하면서 롱런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글을 써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