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avril 2023, BNF에서
불어로 목소리를 내야하는 순간은 이런 순간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 직지가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처음 공개되어 세상에 나왔을 때 관련 컨퍼런스에 참가한 적 있었다 그 자리에서 어떤 한국인이 질문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만나 직지 반환에 대한 가능성을 논의 했던 걸로 아는데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랬더니 프랑스인 패널의 답변.
1) 우리가 갖고 있는 건 직지 <하> 권이며 직지심체 '요절'이기 때문에 요약본이다.
너희 나라에는 목판으로 인쇄한 인쇄물이 <상>, <하> 풀버전으로 소장되어있는데 나는 너희 나라의 목판본이 훨씬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사실 부럽다 (응...?)
우리가 굳이 돌려줘야할 이유가 없다
2) 병인양요 때 프랑스 상인을 통해 합법적인 절차를 걸쳐 유통된 것이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도서관장
3) 한국 분이 강한 어조로 다시 질문했다 우리는 초.중,고 교육에서 모두 <직지>가 마치 프랑스 어딘가에 있는 전설처럼 배운다. 금속활자의 그 물리성이 중요한 것이기에 분명 반환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4) 프랑스 패널
" <직지>는 우리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PDF버전으로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는 접근성이 아주 높은 자료인데 굳이 반환되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가슴이 답답했던 나는 컨퍼런스가 끝나고, 관객석에 참석해있던 문화재청 직원을 붙잡고 물었다
"정말 반환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으시는건가요?"
문화재청 직원분은 이런 답변을 주셨다
"최근에 나온 기사를 보세요. 박병선 선생님이 처음 직지를 찾으신 게 아니고 이미 프랑스 도서관이 잘 보관하고 있었던 자료고요..... 반환은.... 아직......."
풀이 죽은 채로 집에 돌아가는 길,
가슴이 뜨겁게 일었다 과연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나는 이 날 이후로 프랑스어를 더 열심히 해서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강력한 사명감이 생겼다
저런 자리에서 이제 나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