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통조림을 발견했다면 귀찮음을 쌈 싸 버리자
파인애플 통조림을 발견했으니
‘월남쌈’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주방 서랍을 정리하다가 통조림 파인애플을 발견했다. 작년에 사다 놓고 잊고 있었다. 통조림의 긴 유통기한을 믿지 말아야 한다. 깊숙한 곳에 처박아놨다가 그 긴 유통기한을 넘긴 적도 여러 번이다.
내가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는 이유는 월남쌈을 먹기 위해서이다.
집집마다 월남쌈에 꼭 넣는 재료가 있다.
우리 엄마는 칠리소스를 넣는다.
시이모님은 아보카도를 넣는다.
형님은 불고기를 넣는다.
친구는 땅콩소스를 넣는다.
나는 위의 모든 것이 없어도 통조림 파인애플은 꼭 넣는다.
동생이 월남쌈을 알려준 이후로 통조림 파인애플을 넣기 시작했다.
이것을 넣고 안 넣고의 차이는 극명하다.
통조림 파인애플을 안 넣은 월남쌈은 아무리 많은 재료가 들어가도 무언가 빠진 듯 하다.
파인애플의 새콤달콤한 맛은 월남쌈의 맛을 최고치로 올려준다.
나는 소스에도 설탕 대신 파인애플 통조림 국물을 넣는데
피쉬소스의 짭짤한 맛과 달콤한 국물은 궁합이 잘 맞는다.
월남쌈을 베트남 식당에서 먹으려면 한 접시에 2만 원이 넘지만 양은 적다. 라이스페이퍼도 조금밖에 주지 않아서 더 먹으려면 추가 구매를 해야 한다.
집에서 만들어 먹은 후로는 본전 생각이 나서 식당에서는 못 먹는다.
월남쌈을 만들기는 세상에서 제일 쉽다. 다만 귀찮을 뿐이다.
라이스페이퍼와 소스만 있다면 뚝딱 만들 수 있다.
라이스페이퍼 위에 집에 있는 각종 재료를 몰아넣고 말면 된다.
소스는 피쉬소스로 만들 수도 있지만 귀찮으면 시판용을 사면 된다. 시판용으로 나온 소스가 다양하니 취향에 맞게 사면 된다.
라이스페이퍼는 유통기한이 아주 길다. 잊고 있다가 찾아내도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다. 쟁여 두었다가 월남쌈이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집에 있는 재료와 함께 먹으면 된다.
월남쌈은 신혼 초에 손님 초대용 음식으로 자주 만들었다.
손님에게 만드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준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알록달록 야채를 접시에 펼쳐놓으면 보는 즐거움이 있다.
여러 가지 재료가 입안에서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내니 먹는 즐거움도 있다.
건강한 음식을 포만감 있게 먹으니 배도 즐겁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월남쌈을 만들어보자.
1 라이스페이퍼(라이스페이퍼를 적실 따뜻한 물도 함께)를 준비한다.
2 집에 있는 야채를 채 썰어 접시에 담는다. (비건이라면 여기까지만)
3 고기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등 좋아하는 것으로 준비한다. 편한 걸 원한다면 닭고기 통조림으로 준비한다.
크래미 맛살이나 새우 살을 추가하면 해물까지 준비한 듯 푸짐하다. 색도 살아있으니 손님 대접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4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적셔서 접시에 깔고 그 위에 재료를 얹고 소스를 넣어 말아 먹으면 된다.
나는 피쉬소스로 만드는 소스를 좋아한다. 피쉬소스는 까나리 액젓으로 대체해도 된다.
피시소스 1스푼+식초 1스푼+파인애플 통조림 국물 3~5스푼+(다진 청양고추)
이렇게 만든 소스는 그 어떤 재료를 넣어도 맛있게 변신시켜준다. 마법의 소스다.
월남쌈은 여러 재료를 라이스페이퍼에 싸서 소스와 함께 한입에(혹은 두입에) 먹는 음식이기에 여러 음식이 어우러지면서 하나의 맛이 난다.
그럼에도 소스 맛이 주인공이므로 소스는 중요하다.
매콤달콤 한 맛이 끌린다면 칠리소스로
달콤 고소한 맛이 끌린다면 땅콩소스로
새콤달콤한 맛이 끌린다면 피시소스로 준비해 보자.
다 먹고 싶다면 여러 소스를 구비해놓고 다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