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각을 쉽게 만든다고?
김부각은 나에게 넘사벽 요리였다.
아주 먼 옛날 김부각을 처음 먹은 날,
까맣고 찌그러진 못생긴 과자의 신비한 맛에 놀랐고
복잡함을 넘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레시피를 듣고 더 놀랐다.
들어도 이해조차 되지 않는 레시피는 이러했다.
찹쌀 풀을 쑨다.
김에 찹쌀 풀을 바르고 건조한다.
찹쌀 풀을 덧바르고 또 건조한다.
찹쌀 풀을 덧바르고 또 건조한다.
재료를 얹고 튀긴다.
이 해 불 가
이웃에 사는 분이 친정에서 얻어 왔다면서 준 김부각은 신의 음식이었다. 살 수도 없고 만들 수도 없는 과자였다.
거의 20년 전인 그때만 하더라도 음식 이름을 검색해서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때가 아니었다. 너무 맛있어서 구하고 싶어서 수소문을 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날 먹은 김 과자(‘김부각’이란 이름이 낯설어서 바로 잊어버림)는 전설의 음식으로 내 기억 속에 작은 조각으로 남아있었다.
몇 년 전 명절 선물로 김부각을 받았을 때 옛날에 먹었던 김 과자가 생각났다.
아! 그게 이거였구나. 김 부 각!
먼 과거의 김 과자와 내 손에 들린 김부각이 연결되었다. 내 생애 첫 김부각과 공장 제조 김부각의 맛은 비교조차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김부각은 맛있었다.
처음 맛이 너무 강렬하여 강조되어 기억된 탓일까? 구할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그 맛은 더욱 맛있게 남아있는 걸까? 그 뒤로도 그렇게 맛있는 김부각은 먹어 본 적이 없다.
어쨌거나 이제는 김부각을 사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사악한 가격이었지만 당장 구매했다. 하지만 한 봉지에 들어있는 양이 너무 작아서 한 박스(공갈 포장)는 배송오자마자 끝장났다. 간식으로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아쉽지만 정말 정말 먹고 싶을 때만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친구 집에 갔다가 식탁 위에 있는 김부각을 발견했다.
“김부각이네. 이거 귀한 건데.”
"내가 만든 거야."
“만들기 엄청 어려운 걸로 아는데... 어떻게 이걸 만들었어?”
“라이스페이퍼로 쉽게 만들 수 있어."
'쉽게'라는 친구의 말에 귀를 쫑긋했다. 친구가 알려준 레시피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반신반의하며 집에 가서 김과 라이스페이퍼로 만들어보았다. (라이스페이퍼는 동그란 모양과 네모난 모양이 있는데 김부각을 만들기는 네모난 모양이 쉽다.)
오~ 신기해!
바삭바삭 김부각이 된다. 스낵에 가까운 가벼운 맛이지만 나쁘지 않다.
넘사벽의 벽을 깨주는 김부각을 쉽게 만들어보자.
막상 집에서 만들라치면 귀찮지만 사악한 가격을 생각하면 할 수 있다.
곧 귀에서 바사삭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입과 귀가 행복해 질 것이다.
김과 라이스페이퍼는 금방 튀겨진다. 튀김옷을 입히지 않으므로 주방이 지저분해지지 않는다.
넘사벽 김부각!
이렇게라면 세상에서 제일 쉽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