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는 화룡점정
대학 졸업반일 때 공부를 하겠다며 야심 차게 고시원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이 고시원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고시원의 주방이었다. 고시원 주방에서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시원 주방에 있는 밥과 달걀은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식비를 아껴야 하니 하루에 한 끼는 이곳에 있는 재료로 해 먹자.’
그때 요리라고는 달걀 프라이를 겨우 해 먹을 정도였다. 처음 며칠간은 밥 위에 달걀 프라이를 얹어서 김과 먹었다. 며칠 먹으니 지겨워졌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달걀 볶음밥이었다. 달걀 볶음밥은 달걀과 밥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지금은 달걀을 볼에 깬 다음 거품기로 흰자와 노른자를 잘 섞은 후 스크램블 한다.
그때는 프라이팬에 달걀을 바로 투하한 후 마구 휘저어서 스크램블을 만들었다. 그리고 밥을 넣어 함께 볶아 먹었다. (최소한의 노동으로 밥해 먹기)
달걀만 볶는 것이 심심해지자 나중에는 버터를 넣어 먹었다. 생각해 보니 버터보다는 마가린이었을 것 같다. 따끈한 달걀 볶음밥에 버터를 한 조각 넣으면 버터가 사르르 밥 안에 녹아들어 간다. 그 위에 간장을 찔끔 넣어서 섞어 먹으면 온몸이 사르르 녹듯 맛있었다.
고시원에서의 고독한 슬픔을 모두 밀어내 주는 시간이었다.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었던 볶음밥이었지만 그때 만들었던 볶음밥은 정말 맛있었다.
요리를 배우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전기밥솥에 있던 마른 밥이 비결이었다. 고시원 전기밥솥의 밥은 언제 지었는지 알 수 없다. 밥은 수분이 날아가서 말라 있었다. 하지만 그 건조한 밥 때문에 볶음밥이 더 맛있게 된 거였다.
볶음밥을 만들 때는 압력밥솥으로 지은 쫄깃한 밥보다 찰기가 없는 냄비 밥이 더 맛있다. 따뜻한 밥보다는 찬 밥이 더 맛있다. 차고 마른 밥이 기름 코팅이 더 잘 되기 때문이다.
*중식을 배울 때 볶음밥 조리시 중요한 팁을 배웠다.*
밥을 볶을 때 식용유를 한 스푼 추가해서 밥알을 한 알 한 알 코팅한다는 느낌으로 재빨리 볶아준다. 밥 알갱이에 알알이 윤기가 흐르며 꼬들꼬들해진다.
달걀 볶음밥은 어떻게 만들어도 맛있다.
가장 맛있게 먹는 비결은 ‘배고픔’이다.
*세상에서 제일 쉽고도 맛있는 계란 볶음밥을 만들어보자.
1. 팬을 가열한 후 식용유를 한 스푼 두르고 파를 볶는다.
2. 달걀을 깨서 중불에서 스크램블 하면서 계란 알갱이를 작게 쪼개준다.
3. 찬밥을 넣고 휘리릭 볶은 후 식용유 한 스푼을 추가로 넣어준다. 한 알 한 알 코팅하듯 볶아준다.
4.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한다.
버터를 한 조각 올리고 녹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간장을 찔끔 넣어서 섞어주면 환상적인 맛이 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