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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손내밥 Apr 18. 2024

세상에서 제일 쉬운 닭도리탕

귀한 손님을 위한 닭고기 요리

갓 제대 한 조카가 집에 오기로 했다. 조카는 군에 가기 전, 일주일에 한두 번 우리 집에 와서 식사를 했다. 조카는 내가 만든 집밥을 맛있게 먹었고, 잘 먹는 조카 덕에 나는 신나게 요리를 했다. 

 

하나뿐인 딸은 편식쟁이에 소식좌다. 딸아이가 무언가 맛있게 먹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있다. 그것도 내가 만든 음식이 아닌 무공 돈까스나 엽떡처럼 밖에서 먹는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다. 병아리처럼 밥을 먹는 딸을 보다가 내가 만든 음식이라면 푹푹 떠서 맛있게 먹는 조카를 보니 요리 할 맛이 났다. 

자취를 하느라 매일 밥을 사 먹어야 하는 조카는 내가 해 주는 집밥을 맛깔나게 먹었다. 음식을 하는 입장에서 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조카가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간 이유다.

 

‘오랜만에 오는 조카가 좋아할 만한 집밥 음식으로 무엇이 좋을까?’

 

닭도리탕이 좋겠다.

 

외식을 자주 하는 조카는 심심한 음식은 좋아하지 않는다. 닭도리탕은 적당히 기름지고 매콤하다. 귀한 손님을 위해 씨암탉을 잡는 마음으로 닭도리탕을 만들어야겠다.

 

닭도리탕은 푹 끓여야 하므로 조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미리 만들어 놓을 수 있다. 손님이 오기 직전에 바로 만들어 내야 하는 볶음요리보다는 마음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닭도리탕은 닭볶음탕, 닭매운탕 등으로도 불린다. 닭도리의 도리가 일본 말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둥글게 베다'란 순우리말이라고 하니 더 정감이 간다. 

 

닭도리탕의 조리 방법은 다양하다. 닭을 먼저 넣어서 익히고 나중에 야채를 넣는 방법도 있고 닭을 데친 후에 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끓이는 방법도 있다. 여러 방법으로 만들어 본 후 나는 가장 쉽고도 맛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았다. 고기와 야채와 양념장을 한꺼번에 넣고 푹 끓이는 거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방법이다. 결정적으로 맛있다!

 

닭고기에서 나온 육수와 야채에서 나온 채수와 맵고 짠 양념장이 냄비 안에서 잘 어우러진다. 한 시간이 지나면 간이 쏙 배인 야들야들한 닭고기와 감자를 먹을 수 있다.

양파와 양배추는 채수로 빠져나와 형체가 사라진다. 완성된 닭도리탕에는 당근과 감자만 남는다. 당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색을 위해 넣는다. 닭도리탕에 감자는 필수다. 감자는 넉넉히 넣는다.

고춧가루의 매운맛 만으로 부족하다면 청양고추를 추가하자. 깻잎을 넣으면 특유의 향긋함으로 입맛을 돋운다.

닭을 먹고 남은 국물에 김가루를 넣고 밥을 볶아먹어도 맛있다. 볶아먹고 싶다면 국물은 조금 남겨두자. 

 

*세상에서 제일 쉬운 닭도리탕을 만들어보자.

 

준비물: 닭 1마리, 양파 1개, 감자 1개, 당근 1/2개, 양배추 적당히(어차피 사라짐)

양념: 물 반 컵, 고추장 2, 고춧가루 2, 간장 6, 맛술 2, 설탕 1~2, 마늘 1, 다진 파 1, (생강 즙 1) 

(매운맛, 짠맛, 단맛을 생각하면서 입맛대로 양념을 조절한다.)

 

1. 닭도리탕용 닭을 청주나 우유에 1시간 재워둔 후 깨끗이 씻는다.


2. 야채를 큼직하게 썰어 냄비에 깔고 그 위에 닭고기를 올리고 양념 올린다.


3. 뚜껑을 덮고 50분~1시간 끓인다.

 



점심 식사로 닭도리탕과 조카가 좋아하는 미역국과 밑반찬을 준비했다. 맛있는 식사는 대화를 즐겁게 이끈다. 닭도리탕 덕분에 우리는 조카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안 그래도 닭도리탕이 먹고 싶었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조카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집밥이 생각나면 언제든 놀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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