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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왔다

by 이효명 Jan 01. 2025

엄마가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엄마는 서울 지하철 타기가 무섭다 했습니다. 서울역까지 마중 나갔습니다. 저는 시간이 되지 않아 현재 저희 집에 함께 살고 있는 큰 조카에게 부탁했습니다. 마침 시간이 되어 조카가 할머니를 모시러 갔습니다.

오늘 집에 가면 잔소리 폭탄과 등짝을 한 대 맞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평소 살림이 제일 어렵고 하기 싫어 집안이 엉망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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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4시쯤이었어요. 수업 중 엄마가 갑자기 학원으로 들어옵니다. 무슨 일이 났나 싶어 엄마가 나에게 돌진해오는 그 잠깐이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다가옵니다. 대뜸 갑자기 전화를 해보라고 했습니다. 상황 파악하기도 전 엄마 번호로 전화를 했지만 전화기 울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얼굴빛을 보니 걱정 가득입니다. 집안 문제가 아나 엄마 전화기를 잃어버린 듯합니다. 하교한 학생들로 학원이 바쁜 시간이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30분 후 다시 전화를 부탁한다며 나가셨어요.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응답이 없었습니다. 다시 전화를 합니다. 한 6번 정도 했어요.

다시 엄마가 학원으로 들어옵니다. 큰일이구나! 전화기 잊어버렸구나 생각하던 차에 엄마는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십니다. 집에 들어갈 땐 조카와 함께여서 문제없이 들어갔죠. 약속이 있어 조카는 나갔습니다. 집에 휴대폰이 있는지 확인하러 혼자 집으로 돌아간 엄마는 비밀번호를 몰라 다시 제가 근무하는 학원으로 왔어요. 아직 휴대폰을 찾지 못한 듯합니다. 지하철역에서부터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응답이 없는걸 보니 집에 있는 게 분명한 거 같습니다.

비밀번호를 메모지에 적어주고 엄마는 돌아갔습니다. 30분 후 다시 전화를 하니 엄마가 전화를 받았어요. 알고 보니 전화기를 충전한 채 주방 청소를 하다 화가 났다고 합니다. 갑자기 청소가 끝나자 전화기를 어디다 두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당황했다고 해요. 큰일 났다 싶어 무작정 집으로 나와 저한테 온 거예요. 집에 아무도 없으니 자기 폰으로 전화해 줄 사람이 없었던 거죠. 결국 동네를 떠돌다 집으로 갔는데 비번을 몰라 다시 저에게 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헤맸던 거죠.


퇴근을 하고 엄마에게 집에 간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는 화를 내면서 올 때 다이소에서 철 수세미를 사 오라 했습니다. 청소할 땐 철 수세미가 최고라고 말입니다. 피곤해서 그냥 집에 가면 안되냐 하니 전화기 너머 큰소리가 들립니다.

음양오행이라고 하죠. 그중 오행으로 사람을 나누는데요. 나무, 불, 금, 흙, 물로 나눕니다. 저는 나무의 성질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반면 딸과 신랑은 금의 성질이 있어 나무에 상처를 많이 준다고 했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철이 저랑 맞지 않는다는 거죠. 철 수세미는 생각만 해도 몸에 상처가 나는 거 같아요. 왠지 저랑 맞지 않아요. 그래서 살림을 못하는 걸까요. 철 수세미를 다이소에서 사서 갔습니다. 15개를 샀습니다. 저희 집에 맞지 않는 물건인듯한데 청소 시 용이하다 합니다. 철 수세미를 사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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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저희 딸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저는 철이 아직 덜 들어 철 수세미가 익숙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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