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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남 Dec 14. 2023

돈으로 휘감은

s호텔 1층에 마련된 커피숍에 이미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가 레아를 보며 손을 들어주었다. 소개팅 이후 그들의 만남은 이미 세 번째였다. 


레아는 정장 차림에, 의자에 기대어 길지 않은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그를 차분히 바라보았다. 말끔한 흰 셔츠 소매 끝으로 보이는 은빛 롤렉스 시계가 그의 두꺼운 구릿빛 손을 전문가처럼 보이게 했다. 발목으로 떨어지는 슬림한 핏의 바지와 재킷은 쥐색의 옅은 광까지 느껴졌다. 오늘 산 것처럼 빛이 나는 갈색 구두는 그의 피부색과 거의 맞닿아 섹시하기까지 했다. 


레아는 재현 보다 인물은 덜 하지만 돈으로 두른 그의 고급스러운 패션이 싫지만은 않았다. 그는 과묵했고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에게 아주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와의 대화는 길지 않았다. 처음 만날 날 도 두 번째 만난 날도 대화는 무료했고 토막이 나듯 뚝뚝 끊겼다. 그리고 헤어질 때 또 만나요정도만 말하며 그녀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커피를 마시며 몇 번의 눈 마주침만 계속 됐는데 그의 눈은 그녀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느끼하면서 강렬해 조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이 모든 광경이 그녀에게 매우 신선했기 때문에 그녀는 좀 더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어나실까요?”

“네? 네.”


레아는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바로 육체적인 관계가 가능할까 생각했다. 만약 이 남자와 결혼한다면 대화는 하지 않은 채 잠자리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그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을 내밀었다. 레아는 그의 크고 두툼한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녀는 그는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레아는 그녀의 발칙한 생각에 잠시 웃었다. 그런데 그녀의 발칙한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이 그는 그녀를 엘리베이터로 인도했다. 레아는 당황하지 않고 마치 계획되어 있는 것의 일부라는 듯 그렇게 행동했다. 사실 그녀는 그의 작지만 다부진 몸매에 안겨 보는 상상을 미리 해 둔 상태였다.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레아는 그의 시계와 반짝이는 구두를 생각하며 자신의 미래를 짧게 그려 보았다. 지하 단칸방보다는 고급 아파트, 뚜벅이보다는 외제차, 절약보다는 여유 있는 소비와 식생활이 그녀를 설득했다. 이제 레아는 호텔 방에 들어가기 전에 선택해야 했다. 그녀는 그의  어깨 위로 걸친 깔끔한 정장을 힐끗 보더니 그가 재킷을 벗으면 그녀가 곱게 건네 들어 옷장에 넣어 주는 부유한 주부의 결혼 생활을 하는 상상을 하며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했다. 


마침내 그들이 스위트 룸에 도착하자 그는 다짜고짜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 키스는 어색하고 이상해서 그녀는 그를 기분 나쁘지 않게 밀쳐냈다. 레아는 약간 긴장했고 두려웠다. 갑자기 재현의 생각이 간절했다.  그는 다시 그녀를 안고 그녀의 목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는 초점이 없는 눈으로 천장만, 때로는 벌건 카펫만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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