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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남 Apr 10. 2024

누... 누구세요?

그렇게 원정대의 훈련은 시작됐다. 실은 누구보다 무리를 이끌고 싶어 했던 날파리라는 걸 무리들 앞에 서고 나서야 깨달았다. 매번 무시당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설움은 오늘부로 싹 다 잊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정말 꿈만 같다. 평상시 '상상 속 레몬'을 향한 나의 마음은 거의 신앙의 가까웠다. 그런 나의 과한 열정 때문에 밉상 캐릭터로 전락할 뻔했지만,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내가 호감으로 등극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꼴이다. 참 살고 볼 일이지. 


원정대를 위해 많은 인원은 필요하지 않았다. 비행 전문성과 기술적 능력을 고려하며 팀원들을 발굴했다. 지원자 가운데 실력 있는 날파리들을 추려내야 했다.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들이 지원했다. 무려 300:1의 경쟁률이었다. 나와, 한, 포는 지원자들의 기술력을 파악하기 위해 인터뷰도 진행했다.


원정대가 훈련하는 동안 먹을 식량을 지원할 팀, 응급상황에 대비할 의료팀, 비행 훈련을 가르쳐줄 훈련팀 이렇게 세 부류의 팀을 나누고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급 커브 비행 훈련은 내가 직접 맡았다. 이것을 우리는 생존 비행이라고 이름 지었다. 이 기술은 모든 날파리라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보다 잘하는 날파리는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돌 위에 올라가 줄을 맞추어 서 있는 날파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결의에 찬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다 찢어놓을 기세였다. 


“여러분!”

“네!”

 “오늘 배울 비행 기술은 급 커브 비행 기술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생존에 매우 중요한 기술이죠.”


나는 줄 사이로 걸어 들어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기입니다.”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길래 속으로 신이 났다. 무리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 흥분이 되었다. 


“공기를 쓸 줄 알아야 합니다. 공기의 흐름, 그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갑자기 공기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되면 주변을 빨리 지각하여야 합니다. 공기가 빨아들이거나 일정 방향을 통해 내뱉는 힘을 통해 공간감각을 인지하고 적군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합니다. 일단 적군의 손이나 공격적인 물체 주위에 있는 공기의 흐름을 감지할 줄 알게 되면 적군의 힘과 움직임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자, 이렇게요.”


나는 자세를 낮추고 눈알을 매우 빠르게 굴렸다. 공간을 빠르게 인지하는 방법이다.  이때  가장 작은 날파리가 발을 들고 발언권을 얻으려고 했다. 나는 말을 해도 좋다는 뜻으로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계산을 어떻게 하죠?”

“계산이라는 말에 겁먹지 마세요. 예를 들어 봅시다. 인간이 두 손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려고 할 때 우리는 두 손의 움직임의 방향을 이미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 두 손이 밀어내는 공기의 흐름, 즉 방향을 예측합니다. 우리는 그 지점에서 300도 턴을 하기 위해 날개를 돌려야 합니다. 이때 우리의 몸도 이렇게 뒤집어 지죠. 180도 턴 270도 턴이 아닌 300도입니다. 이 회전은 잘못하다간 균형을 잃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공기는 두 손이 마주치기 전까지 아주 큰 와류와 함께 위아래로 작은 터널을 만들어 냅니다. 그 터널은 매우 좁지만 찾아내기는 쉽습니다. 잘 들어가기만 하면 우리의 비행속도를 가속시켜 줍니다.  찰싹!


이때쯤 우리는 인간의 두 손이 마주치기 전에 이미 인간들의 머리 위나 등 뒤로 날아가 있죠. 인간들은 세차게 박수를 친 뒤 벌게진 손바닥에 우리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두리번거릴 것입니다.”


나의 맛깔난 설명 때문에 더러는 재밌다며 웃었다. 


“자 실전에 들어가 볼까요?”


무리들은 기본자세를 취하기 위해 저마다 날개를 휘저으며 회전했다. 나는 한 마리씩 자세를 교정해 주느라 자리를 옮겨 다녔다. 


“꼬마야. 이렇게 해야 한단다.”


아까 질문한 꼬마의 자세를 잡아주었다. 그는 정확히 300도만 돌았으며 균형도 잃지 않고 곧잘 따라 했다. 그러더니 꼬마는 해맑은 목소리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공기의 흐름이 뭐죠?”

“음… 바람과 같은 거야. 하지만 바람은 아니지.”

“공기의 흐름이 뭔지 모르면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죠?”

“공기가 흐르기 시작하면 내가 말하는 흐름이 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거야.”


그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치 이런 건가요?”

“아니, 이건 바람이야.”

“그럼 이거는요?”

“이것도…. 바람이란다.”

“그럼 이거는요?!”

“이건….”


엇! 공기의 흐름이다. 


위로부터 전해져 오는 심상치 않은 운동감이었다. 꼬마의 더듬이는 아래 방향으로 심하게 흔들렸고 우리가 밟고 있던 바닥도 흔들렸다. 곧이어 검은 그림자가 꼬마의 머리 위에 드리우더니 점점 커지고 있었다. 


“조심해!”


쿵!!!



모두 나는 꼬마를 안고 있는 힘을 다해 300도 회전을 했다. 의료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괜찮아요? 탄! 괜찮아?”


내가 눈을 뜰 수 있는 것을 보니 우리 둘 다 죽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내 눈앞에는 커다란 물체가 떨어져 있었다. 무리들도 그 물체 앞에 모여들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다시 보니….


“꺄아악!!”


그것은 움직이고 있었다! 


“누…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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