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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린 Jun 22. 2024

역사인가 무던함인가. 중국 문화 4

한국에서만 살아본 내가 중국살이를 할 때 느낀 점은

'비슷하면서도 너무 다르다'

였다.


같은 동양나라라 음식이건 문화건 비슷했지만

또, 남의 눈치를 잘 보지 않는다거나 마이웨이 성향을 보자니 서양문화가 섞여 보이기도 했으니까.


그중 한국과 다르다 느낀 문화 중 하나

이가 나가버린 그릇이었다.


중국 식당에 가면

요즘 중국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앞접시나 물컵을 받으면

어디 하나씩은 금가 있거나, 이가 나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북경에선 덜했으나, 대련에 있을 땐

늘 식기를 확인하곤 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방금 나온 식기인데

늘 서비스로 나오는 따뜻한 물로

한 번씩 헹궈 버리는 습관이 생겼다.


중국은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지 않고

설거지를 한데 모아서

업체에 보냈는데


업체에서 올 땐 앞접시, 물컵이 비닐로 포장되어

왔고 그대로 손님에게 서빙됐다.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고 그 식기가 깨끗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항상 몇 바퀴 따뜻한 물로 헹궈 쓰곤 했다.

중국인 친구가 그렇게 알려주었다.

먹기 전에 꼭 행구라고, 더럽다고 ㅎ;


식기를 받으면 먼지뿐만 아니라

많은 수로 이가 나갔거나 금이 가있었는데

한국인으로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이가 나갔다면 안전의 문제에서라도

꼭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식당에선 확인하여 버려야하는게 아닐까?


그런데 중국인 친구도 그렇고

식당 주인도 그렇고

그게 뭐가 그렇게 대수냐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런 신기해하는 반응에

이 나간 건 크게 개의치 않은 문화인가 싶었다.


한 번은 식당주인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 나간 그릇은 역사야.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거지.‘

하는 것이다.


이게 진짠가..? 했던 적이 있다.

확실한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중국은 이 나간 그릇이나 물컵은

그냥 써도 무방! 하다는 반응이다.


그 이후로부턴

조금 불편해도 바꿔달라 하지 않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는가,

나는 늘 어떤 나라에 가도 내가 고수해 온 방식대로

하는 것보다 그 나라대로 따르고 싶다.


윤리적으로나 위생적으로

큰 해가 가지 않는다면.


그때를 생각해 보니

이 나간 그릇이나 물컵이

정말 그 식당사장이 한 말대로

역사였는지, 아니면 무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중국식당에 가서 제대로

물어보리라.


'정말 이 나간 그릇이 역사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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