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땅 덩어리가 넓어 그런지, 한국 기차와는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에서 기차라면 기껏 해봤자 하루 안에 어느곳도 다 도착할 수 있지만
중국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북경에서 남부 지방을 가더라도 기차에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계속 앉아가는 것도 힘들 터,
물론 앉아 갈 수 있는 의자칸이 있으며
가격은 더 저렴하다.
침대칸은
이코노미석처럼 저렴한 칸,
비즈니스처럼 프리미엄 칸이 있다.
학생이었던 나는 항상 저렴한 침대칸을 이용했는데
침대칸은 무려 3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프리미엄은 더 푹신한 침대에 이층으로만 이루어졌던 것 같다.
(설국열차가 괜히 나온 콘셉트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이코노미 침대칸은 이층 침대에서 한 층이 더 추가된 삼층 침대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이가 어릴수록 맨 위층이 즐겁겠지만, 조금 더 이용하다 보면 맨 아래층이 감사하고
중간층은 위아래가 막혀있어 많이 답답하다.
침대칸은 랜덤으로 이루어진다.
표를 볼 때마다 희비교차가 느껴진다.
하루는 휴가 때 중국기차를 타고 다른 지방을 놀러 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이코노미 침대칸을 선택했다.
나름 침대라 베개, 이불, 침대보까지 구성되어 있지만 언제 교환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A부터 B까지 가는 코스에 손님도
B부터 C까지 가는 코스 손님도
다 같은 이불, 배게, 침대보를 사용한다.
위생에 대한 큰 철칙은 없는 사람이라
크게 더러운 것이 없다면 그려려니하는 탓에
크게 스트레스인 적은 없었다.
그냥 잠이나 내내 푹 자버리자 하는 마음으로 이용해 왔다.
중국 기차가 오랜 시간 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간식은 꼭 챙겨서 타는 경우가 많다.
오랜 시간 타는 동안 배를 곯을 수는 없고, 기차 안 음식은 여느 나라와 같이 비쌀 테니.
북경에서 내몽고를 가는 날이었나,
기억이 잘 나진 않는다.
그날도 이코노미 침대칸을 이용했다.
안타깝게 나는 맨 위층의 침대석이었다.
먼저 올라가 버리면 내려오고 올라가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라,
친구와 1층에서 수다를 좀 떨다가 이제 잠들어보자 하고 맨 위층칸을
힘겹게 올라갔다.
침대보나 배겟잎을 누가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샤워를 하면 그만이다. 하며 이불을 펼친 순간이었다.
나는 단지 단잠을 원했는데 어라라.
햄스터 20마리쯤이 까먹은 해바라기씨 껍데기가 뒤엉켜 있는 게 아닌가.
1단계는 헐! 2단계는 허얼! 3단계는 어이가 없었다.
충격과 공포는 이럴 때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이불로 가려진 해바라기씨 껍데기를 한동안 쳐다보다 치우기 시작했다.
나도 어지간히 추접한 사람이었는지 모르겠다.
벌써 8년 전이니, 그때의 나는 그냥 껍데기를 치우고
구시렁대며 잠을 청했으니까.
그날 그 침대칸, 이불밑에 가득한 해바라기씨 껍데기 신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다.
왠지 그 장면이 뇌 속에 한 이미지로 찍혀버렸달까.
중국 이야기를 하면 한 번씩 꺼내게 되는 이야기다.
주변의 리액션을 보는 것도 너무 놀랍다.
뜨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