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남녀가 만나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재 할 때에는 당연히 결혼을 생각하게 된다. 서로 호감이 있고 조건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경우 양 집안 어른들만 찬성하면 바로 결혼식 날짜를 잡게 된다. 간혹 둘이 좋아하지만 집안의 반대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개 조건이 맞지 않는 경우이다. 남자 집안이 경상도인데 여자 쪽이 호남일 경우 혹은 그 반대일 경우도 지역적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지역갈등이 파탄까지 가는 경우는 집안 어른이 특정 지역 사람에게 큰 사기를 당했거나 큰 피해를 보는 등 특정 지역에 대한 반감이 큰 경우이다.
여자 집안이 부유한데 남자 쪽이 가난할 경우 게다가 남자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이거나 대학교수도 아닌 평범한 직업인 경우에도 집안에서 반대할 수 있다. 반면 만일 남자 집안이 부유한데 여자 쪽이 가난할 경우 남자의 의지가 강하다면 좀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 후에도 며느리는 시댁 식구나 동서들 사이에서 시달릴 수 있다.
결혼 당사자들은 사실 서로가 좋아할 경우 조건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집안이 반대할 경우에도 심한 경우 둘이 살림을 차리고 애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 정도가 되면 집안 어른들도 한걸음 물러서건만 끝까지 반대를 하여 남자의 모친이 신부 될 여자를 한 번도 아닌 세 번씩 유산시키고 결국 갈라놓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다들 알고 있는 국내 재벌회사의 딸은 경호원이던 남자를 좋아해 결혼을 하려 할 때 여자 집에서 반대를 했지만 딸의 의지를 꺾지 못하고 결혼을 시켰는데 자녀를 낳고 난 후 여자 부친의 재산 상속 문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자 여자는 이혼을 제안했고 남자는 불응하며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자는 여자 집안 계열회사의 임원까지 했지만 좋은 집안과 학벌의 아랫 동서에 비해 늘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며 지내왔다. 남녀가 순수한 사랑을 동기로 결혼을 했다 할지라도 결혼 후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면 하루아침에 큰 난리가 날 수도 있는 것이다.
20대 때는 인간이 세상 때를 적게 묻고 순수하여 사람만 보고 판단을 하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그것만으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남자는 여자의 집이 부유하고 자신이 출세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조건이면 착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여자와 교제를 하다가도 변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드라마가 MBC에서 두 차례나 절찬리에 방영된 김수현 원작 '청춘의 덫'이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나 한 번은 경험하는 게 결혼인데 조건이 당사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인간은 보지 않고 조건만 쫓아 단물을 빼먹고는 본성을 드러내는 속물은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집안의 가정환경 혹은 재력이 너무 차이 나면 결혼 후에도 가정의 행복이 깨질 수 있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만일 1년에 한 번씩 결혼할 수 있다면 각기 다른 조건이나 개성의 상대와도 재미있게 살아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혼은 평생을 함께하는 두 사람 간의 약속이자 민법상 계약이다. 사랑 없이 조건만으로 이루어진 결혼도 법적인 하자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경우라면 행복에까지 도달하기는 어려우리라 보인다. 왜냐하면 행복은 거래를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