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사춘기
그날 밤 누나가 심심했나 보다.
심심한 것보다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 골목으로 불러냈을 것이다.
마을에 밤은 또 다른 생활을 펼쳤다. 고단한 농사일을 마친 어른들은 저녁을 먹고는 정자로 모여들었다. 장기판을 가운데 놓고 턱을 괴고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람, 그 옆에 훈수 두는 사람은 꼭 있다. 나무 목침을 베고 누운 사람, 난간에 기대어 곰방대 담배 피우는 사람. 농사 이야기, 누구네 자식 인사성이 바르다는 이야기로 밤이슬이 내려앉을 때까지 도란거리다 일어났다. 같은 시각 아이들은 당산나무 어두운 그늘에 숨어들었다. 영봉이 형을 호위하듯 둘러앉았다. 형의 무용담은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했다.
한번은 소 꼴을 베다 지나가는 옆 동네 여고 다니는 누나를 따라 그 동네까지 갔단다. 어귀에 그 마을 청년들이 기다리고 있더란다. 맞짱을 떴는데 모두를 논두렁 아래로 던져버렸다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다. 거짓말 같기도 하고 진짜 같기도 하다. 이상한 것은 형이 언제부터인가 윗마을 쪽 원등에서 소 꼴을 베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표정이 변하면 화제를 바꿨다. 아랫동네 기철이가 들판에 매여 있는 염소 엉덩이를 붙잡고 쫓아다니는 것을 어른들이 보고는 지게 작대기를 휘둘러 팼다고 한다. 기철이 산으로 도망을 가면서 어른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고 한다.
“야, 니들 담배가 어떤 맛인지 아냐? 쬐그만 놈들이 뭘 알겠냐.”
“자 봐라. 이렇게 해서 침을 묻혀 말고 돌려준 다음에 이렇게 불을 붙이면….”
“콜록콜록.”
형의 기침 소리가 컸다.
“네 이놈들 거기서 뭐 하냐? 또 담배질하고 있구나. 이놈들.”
정자에서 숙천 아저씨가 소리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