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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0년만에 친구를 만나기위해 우도로 향하다(2)

한 번에 알아보다.

by 림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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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_3634-RE.jpg 우도 도착

배에서 내리기 전 친구 가게 위치를 검색해봤다. 우도는 나름 큰 섬이기에 전동차를 빌려서 가야 할지 혹은 걸어가도 충분한 거리인지 알기 위해서이다. 다행히도 친구의 가게는 우도 선착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있었고 2분 정도만 걸어가면 친구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름 우도에 왔으니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 찍으면서 갈 생각에 카메라를 꺼냈지만 10컷도 안 찍었더니 바로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 앞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식당에 다가갈수록 10년 만에 만나는 친구에 대한 반가움과 설렘 그리고 긴장감이 같이 몰려오고 식당에 들어가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혹시 ㅇㅇ이 있어요?'라고 해야 하나?

'얼굴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해야 하나? 그대로겠지?'


온갖 잡다한 생각이 들고 식당 문을 열려고 할 때 식당 안에서 친구와 비슷한 모습의 사람이 식당 문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문을 열자마자 친구는 반가운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다.


오! 임성환이? 오랜만이다?
여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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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할 줄 알았던 우려는 금방 사라지고 나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근데 어떻게 문 앞으로 걸어 나왔어?"


그리고 친구는 나에게 대답을 해줬다.


"밖을 보는데 너랑 비슷한 놈이 카메라 들고 걸어 오더라고 근데, 보니깐 너였어. 10년이 지나도 고등학교 친구 하나 못 알아보겠냐?"


그렇게 나와 친구는 인사를 나누고 친구의 아버님에게도 인사를 드리고 나는 10년 만에 만난 친구의 가게에서 대표 메뉴인 우도 한라산 볶음밥을 대접받았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친구네 가게가 방송에 나오고 엄청나게 유명한 맛집이었다고 한다.

원래 2인부터 주문을 받고 나는 혼자 왔지만 2인분을 혼자 다 해치웠다. 진짜 맛있었다. 친구 가게라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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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져버린 이야기 주제 그리고 추억 이야기


거대한 대접을 받고 밖에 있는 의자에 앉아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할 때쯤 친구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담배 끊었냐?"


그리고 나는 대답하였다.


"끊고 싶고 중간에 몇 번 끊어볼까 했지만 아직까지 열심히 내 수명을 갉아먹는 중이다."


나와 친구는 담배를 태우면서 불 보듯 뻔한 전개지만 당연히 서로의 근황 이야기부터 시작하였다. 이야기를 하며 둘 다 자영업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입장이었는지 코로나 때 힘들었던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예전 고등학교 때와 군대 휴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이런 주제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서로의 인생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주변 애들은 뭐하고 사는지 이런 이야기로 가득 찼다.


그리고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 해양경찰 그만둔 거 후회 안 하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후회 안 해. 계속했으면 아마 나는 세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불만만 오지게 가득 차버렸을걸"


그리고 나는 다시 물었다.

" 애들 누구누구 왔었냐? ㅇㅇ이랑은 연락하냐? "


친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대답하였다.

" ㅇㅇㅇ,ㅇㅇㅇ,ㅇㅇㅇ는 연락 오고 심지어 몇 번 왔었어. 근데 다른 놈들은 맨날 말만 온다 온다 그러고 안 와. 현실이 그런 게 아니겠냐? 다 바쁜 사정이 있으니 오고 싶어도 못 오겠지. 잊지 않고 먼 길 찾아와 줘서 고맙다. 언제 다시 육지로 올라가냐? "


"나? 내일 올라갈까 아니면 하루 더 있다갈지 아직 안정했어."


그리고 나는 앞주머니에 담아놨던 흰색 봉투를 꺼내며 다시 말했다.


"야, 이거 받아. 애 낳았다면서, 내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많이는 못 담았어 미안하다. 그리고 너는 애 낳으면 말을 하지 너는 왜 말도 안 하냐"


친구는 봉투를 받으며 말했다.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었는데 갑자기 그런 소식 전하면 좀 그렇잖아. 미안하긴 뭘 미안하냐 멀리서 잊지 않고 찾아와 줘서 그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나와 친구는 잠깐의 이야기를 더 나누고 이제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그리고 떠나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야! 다음에는 좀 더 길게 오던가 해. 시간 넉넉히 잡고 애가 재미없게 술도 끊었다고 해버리고, 저녁이나 같이 먹게 연락해라. "


그렇게 나는 알았다는 제스처와 함께 친구와 인사를 나누고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다시 제주도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하여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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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더 많은 이야기로 이어지는 법


10년 만의 만남은 1시간 만에 끝나버렸지만 오히려 진한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에 만났을 때 더 큰 반가움과 함께 더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며 다양한 이야기를 하지 않겠는가?


하늘도 나와 같은 뜻이었는지 제주에 도착하여 배에서 내리자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고 차를 운전하며 제주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비는 하염없이 쏟아졌다.


고등학교 때 친구와 같이 찍었던 졸업사진, 군대 휴가를 맞춰 나와 같이 찍었던 사진을 보며 정말 10년이라는 시간은 야속하게도 마하의 속도로 달려왔고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더 빠른 속도로 지나가겠지...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고 못 봐왔지만 10년 만에 만나는 우리는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듯이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서로에게는 보이지 않는 작은 끈이 연결되어있었다.



우도 풍경으로 눈을 호강하고

친구 식당 음식으로 입을 호강하고

이야기보따리로 옛 기억을 소환하였다.


다음에 또 보자 그때까지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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