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오름에서 내려와 이제 내 5월 제주에서 보냈던 시간의 마지막 행선지인 함덕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내일이면 다시 육지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저녁 메뉴를 어떤 맛있는 거를 먹을지 고민하기보다 오히려 엄마가 해준 집밥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가볍게 제주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으로 마지막 저녁을 해결하고 함덕해수욕장에 앉아 파도를 바라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유독 여기는 다른 해수욕장과는 달리 가족단위 그리고 커플, 친구들 등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만큼 시끌벅적한 분위기였으며 모처럼 휴양지에 놀러 온 기분이랄까? 해수욕장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는 방파제 그리고 그 방파제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등등 이번에 제주도에서 다녀본 해수욕장 중에서 가장 많은 인파를 구경한 듯싶다.
나는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사 와 함덕해수욕장 한편에 자리를 잡고 한 캔씩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내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수첩을 꺼내어 내가 제주도를 돌아다니면서 문득문득 생각이 들어 메모를 해둔 것들 그리고 육지로 돌아가면 실행할 것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래도 헛되이 보내지는 않았구나...'
맥주를 마시면서 지난 10일 동안 제주에서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고 앞으로 어떠한 이야기를 그려 나갈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어떠한 길로 가야 하는지 오히려 나에게 확신을 주는 시간이랄까?
내 미래 그리고 나의 사진적 담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던 와중에 폭죽 날리는 소리가 들렸고 해수욕장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밤하늘 밝은 폭죽으로 향했다. 나는 내일이면 돌아가야 하기에 제주 밤하늘을 구경하기 위해 잠시 뒤로 누워있었다. 그리고 나의 시야에는 제주 밤하늘과 하늘을 떠다니는 폭죽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렇게 제주에서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내가 뭘 해야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알고보면 모든게 거짓말같기도 했다.
가끔 내 스스로 왜?냐고 묻기도 했고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보기도 했다.
거센 파도를 바라보기도 하고 그 파도에 맞아 정신을 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신호는 내가 다시 일어나고 나만의 길로 달려가라는 신호였다.
누군가에게 우숩게 보이기도 하고
혼자 해수욕장에 누워있기도 하면서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저리 돌아다녔던 시간.
망칠까바 미리 걱정을 하기도하고 잠을 설쳐보기도하고
당장 해야하는 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망다녔던 시간
이제 이 속에서 머물러있던 시간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제주에서 보냈던 약 10일간의 시간. 3월의 시간까지 합치면 20일가량 되겠다. 이 시간은 나에게 헛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내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정말 써서는 안 될 돈을 써가면서 무리해서까지 왔던 제주도에서의 일정이었지만, 제주에서 보냈던 시간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고 돈으로 주고 살 수도 없는 값진 시간이다. 당시 나의 상황을 되돌아보면 나는 결국 제값을 주고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뵙고 싶었던 유용예 선생님을 만나고, 제주도 애월 미술선생님, 가파도에서의 1박, 패러글라이딩, 예전 직장 동료 그리고 다양한 유적지에서 만난 이야기 등등.. 누군가를 많이 만나며 괜찮을줄 알았지만 혼자서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보기도 했던 시간이었으며 오히려 내 스스로가 성장했던 시간.
아마도 제주에서 이런저런 일들이 있지 않았다면 혹은 내가 제주도에 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내 자신에게 이렇게 온전히 집중해보고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까?
이렇게 제주에서 만났네를 끝까지 작성할 수 있었을까?
내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을까?
때로는 적을 내용이 없어 머리를 쥐어짜기도 하고
때로는 올리기 귀찮아 미루기도 하였지만
시작을 한 만큼 어떻게든 끝맺음을 해야 하는 게 일의 순서가 아니겠는가?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무언가 시작을 했으면 당연 끝맺음이 있는 법이고 우리는 그 끝맺음을 통하여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휴양지이자 자연생태도시 제주도.
여행과 휴가로 보낸 시간일 수도 있지만, 나를 한층 더 성숙하고 성장하게 만들어준 제주도.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고 더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져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오늘도 나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돌멩이처럼 나만의 길에서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