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 왔던 손님 중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
오전부터 더웠던 여름, 빵을 다 굽고 사장님은 외출했고 가게에 나 혼자 있을 때였다.
근처에 백화점이 생기며 백화점의 오픈 발 때문이었는지 좀 한가했던 날이었는데 가게의 나무 문위에 달아놓은 종소리가 울렸다. 난 빵을 정리하다 습관처럼 어서 오세요라고 했고 몸이 불편해 보이는 분이었는데 내 나이 즈음의 검은 태안 경을 쓰고 있었다. 목발을 짚고 한 손에 껌 상자를 들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건 표정이 굉장히 밝았던 것이었다.
나의 인사에 기쁜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곤 곧바로 껌 두통에 오천 원에 팔고 있다 했다.
난 한눈에 보아도 불편해 보이는 다리를 보고 주방에 있는 내 가방을 뒤적거려 오천 원을 꺼냈다. 마침 오천 원지 폐가 있었다. 바로 건네자 껌 두통을 주었는데 갑자기 대뜸 껌을 뜯어서 낱개 하나를 달라고 했다. 그 와중에 왜요라고 물어보니 그냥 씩 웃으며 뭔가 단호해 보이는 표정에 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준 껌을 보더니 뒤편을 보고 오늘도 힘내! 힘내세요 하며 껌종이를 읽어주곤 다시 되돌려 주며 쿨하게 떠났다. 순간이지만 내가 오히려 도움을 받은 기분이었다.
손님 중에 주문을 하고 추가로 주문한 뒤 현금 계산을 추가로 하는 과정에서 계산이 복잡해진 적 있었다. 포스기 앞에서 멍해진 내 표정을 보곤 그러지 말까요~?라고 해주신 손님도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민망함이 무뎌진 건지 그냥 웃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보단 점차 적응을 해나갈 무렵 내 다음 타임에 알바를 하던 취업준비생인 청년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사장님은 혹시 주변에 대신 일할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고 나는 혹시나 일을 쉬고 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해봤다.
이 친구와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아담한 체구에 귀여운 인상이다. 이 친구가 등장하며 내 파트타임 시간외에도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가게에 좀 더 머물게 되면서 전혀 친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사장님과도 급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친구와의 신기한 인연을 겪게 되었다.
과거로 돌아가서 고등학교 동창이던 이 친구와 각자 대학을 가서도 연락하고 지내던 중이었다. 나는 그 당시 한참 아빠에게 이끌리어 교회를 동호회 다니듯이 다니던 시절이었다. 아빠와 둘이 다니기에 교회가 심심했고 저 친구와 또 다른 친구 하나를 데리고 와서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누구나 한 번쯤 관심 가져볼 만했던 교회 오빠에게 빠지며 일이 시작되었다.
나는 짝사랑을 시작했고 교회 오빠는 저 친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된다. 저 친구는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당장 사귀는 것도 아니고 하니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 만나면 뭔가 미안해서였는지 한 번만 만나본다며 통보를 해주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몰라도 둘은 정말 그날 데이트만 하고 진전 없이 끝났고 나의 짝사랑은 끝나지 않아 결국 그 오빠가 내 첫사랑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해서였던 건지 우여곡절 많은 오랜 시간을 보내다 자연스레 정리가 되었다.
평소 털털하고 덜렁대는 성격인 나에 비해 꼼꼼하고 여성스러운 저 친구는 나와 곧잘 맞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대학시절부터 알바를 하면 종종 같이 하기도 했고 주변을 잘 챙기는 성격에 함께 다니기 좋았던 것들이 만나 제과점에서도 빛을 바랐다. 나와 사장님을 잘 챙기며 본인 할 일도 열심히 하고 내가 모르는 걸 알려주니 일이 편해진 것보다 마음이 편해졌다. 이때까진 몰랐다.
이 친구가 가져올 엄청난 파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