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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Apr 19. 2024

네? 제가 임신이라고요?

일상의 모든 일이 두려웠던 순간


자주 졸리고 쉽게 피로해지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저 컨디션이 안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월경 날짜가 한참 지났음에도 소식이 없다. 종종 월경을 건너뛴 적이 있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해 보았다.



바로 나타나는 선명한 두 줄. 보고도 믿을 수 없어 남편에게 말하지 않고 혼자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남편은 결혼 전부터 아이 많은 가정을 원했다. 혹시 테스트기 오류로 임신이 아니라면 많이 낙심할 것이다.


"임신이 맞습니다. 5주 정도 되어 보입니다."


나의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다친 곳 치료 중이었기에 그동안 복용해 온 약물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는지 걱정되었다.


한의원에서 받은 침치료, 피부과에서 받은 사각턱보톡스 시술. 무심코 살아온 일상이 근심거리로 바뀌던 그날의 두려움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엄마가 되는 일이 이다지도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다니!


"아직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요. 그저 착상이 잘 되었다는 것 밖에는요. 다음 주 정도면 심장소리도 확인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결혼 5년 만에 찾아온 아기.


뛸 듯이 기뻐야 했지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치료는 계속 받을 수 있나?'

'직장에는 언제 알려야 하지?'

'아직 부모가 될 자신이 없는데...'


일단 하나씩 해결해야 했다.


한의원 치료는 계속 받아도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다.

직장에는 숨길 일이 아니라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출근하자마자 센터장님께 바로 알렸다.

누구도 처음부터 부모였던 사람은 없다. 아직 주어진 시간이 있으니 준비해 나가면 된다.


집에 오니 외출했던 남편이 돌아와 있다.


조용히 임신테스트기를 보여줬다.


얼떨떨한 표정이다.


"잘했어! 잘해보자!"


뭘 잘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좋아하는 눈치다.


내 나이 서른넷(만으로 서른셋).


그렇게 나는 임산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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