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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Apr 26. 2024

준비되지 않은 엄마의 길

어떻게든 해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의 시작

2022년 2월, 내 나이 서른넷에 남편과 손잡고 난임병원을 방문했다. 2018년 8월, 서른 살에 결혼 후 신혼기간을 충분히 즐기고 아기를 갖기 원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소 긴장했지만 검사를 마쳤고 부부 모두 큰 이상은 없다는 결과를 들었다. 특히 내 난소나이가 29세라는 사실에 의기양양해졌다.


빠른 임신을 원하면 바로 시험관 시술을 시도해 볼 것을 권유받았지만 거절했다. 당시 사고후유증으로 치료받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몸에 이상이 없으니 자연임신을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꾸준히 치료받았지만 근본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고 만성통증으로 진행되었다. 결국 지인이 소개해준 한의원까지 방문하게 되었고 호전되기 시작했으나 치료 1회 만에 임신사실을 알았다.



어느 것 하나 내 뜻대로 되는 건 없었다. 당시 상담사로서 근무 성과가 좋은 편이었고 어차피 이미 노산연령으로 진입했으니 한의원 치료를 충분히 받은 후 임신을 시도하려 했다. 각자 일로 바빴고 여러 가지 이유로 남편과 점점 소원해지고 있었기에 반드시 임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명을 잉태하는 일을 대하는 내 마음을 돌아보면 매우 안일한 편이었다.


생명은 경이롭지만 어쩌면 안일한 마음 덕분에 사랑이가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일을 앞둔 이들의 마음은 두렵다. 특히 책임감이 많이 요구되는 자리일수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하다. 임신, 출산, 육아. 전 과정에 걸쳐 모두 책임져야 할 일들의 연속이다. 나란 인간. 아직 엄마가 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게으른 직장인일 뿐이니까. 그렇다면 완전히 준비된 때란 언제인가? 그런 때가 오기는 할까?


엄마의 책임은 무겁기에 수수방관하는 태도는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완전히 준비된 후 시작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지만 이미 내게 찾아온 생명이니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뭐.'


호기롭게 마음을 다잡았지만 생각보다 고충이 많았다. 특히 몸을 다친 임산부의 삶이 어떤 것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저런 배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임신은 대부분 경사로 생각하기에 나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았다.


임신 전이라면 상상하기 힘들었을 드라마 같은 일들이 내 삶에 현실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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